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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Life May 31. 2016

초여름, 상큼하게 과카몰리

코리엔더 꽃이 피었습니다.



고수 꽃이 피었다



여름의 시작 한편에 고수 꽃이 피어났다.



 조그만 옥상에 고맙게도 잘 자라 준 고수 이파리. 손끝으로 매끈한 잎사귀를 문지르자 미지근한 초여름의 대기 속으로 그 향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고수의 향? 실수로 비누를 잘못 움켜쥐다가 앞니에 비누조각이 걸려 어쩔 수 없이 비누를 맛봐야 했던 당혹감의 공감각적 심상이랄까? 퍽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그 특유의 향이 낯설다. 주변의 고수 예찬론자들로부터 코리엔더는 범세계적으로 즐겨먹는 허브이며, 오히려 깻잎을 처음으로 맛본 외국인들이 그 알싸한 향에 미간을 찌푸린다, 는 말을 주기적으로 들었지만 아무래도 나의 DNA에는 그 맛의 기억이 축적되어 있지는 않은가 보다.  



여름을 맞이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수 이파리가 화룡점정으로 빛날 요리, 과카몰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허브 몇 조각은 요리의 중심이 아니라 재료의 풍부한 맛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지만 이번은 내가 키운 고수가 그 주인공이다. 아보카도의 녹진한 부드러움, 토마토의 상큼함과 양파의 아삭임, 레몬의 산뜻한 산미. 마지막으로 고수 잎사귀 몇 조각은 과카몰리가 갖는 다양한 맛의 조합을 있는 힘 껏 끌어올린다.  



한 줌도 안 되는 코리엔더 잎사귀에서 비롯된 초여름날의 유희. 



 아보카도와 제법 친해졌다. 숙성이 덜된 단단한 아보카도를 건드렸다가 떫은맛을 보거나, 너무 익어버려서 시커멓게 변질된 속살을 보고 충격에 휩싸이기 일쑤였는데. 



아보카도의 눅진한 질감이 좋다. 

부드럽다. 

씨방에서 껍질로 퍼져나가는 연초록빛의 그라데이션은 늘 설렌다. 



토마토는 사랑이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갈수록 의사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다는 속담.

이토록 풍요로운 계절 속에서 토마토의 속이 붉게 차오르고 있다. 


빨강, 초록, 흰색의 조화. 마르게리타도 그렇고, 카프레제 또한 같은 조합의 삼색. 맛있는 요리의 색인가?



소금, 후추, 올리브유, 약간의 허브들.



골고루 섞은 뒤 레몬 한 줌으로 산미를 돋워주며 마무리. 


과카몰리와 함께할 빵 조각


과카몰리 한 볼에 여름이 담겨 있는 듯 하다.



 고수가 자라난 덕에 결코 다 먹지 못할 사워크림도 한 통 사버렸다. 용량은 큰데 유통기한이 짧아, 마지막엔 빵 반죽에 털어 넣고 요거트 빵을 만들곤 한다. 순수의 백색. 


여름을 맛보다


과카몰리의 고소한 상큼함 사이로 코리엔더 향이 은은히 입을 감싼다. 

어느새 여름을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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