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빵 그리고 샌드위치

여름의 일상에서

by 장보현





좋아하는 단어의 조합이 몇 가지 있다. 빵과 커피, 고양이와 낮잠, 해변과 맥주, 비틀즈와 츄잉캔디, 카스테라와 우유 같은.. 그중에도 감자와 빵이라고 하면 원초적인 아늑함에 가까운 정서로 다가온다. 웬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밀도 높은 빗방울이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날, 길 위에서 무방비 상태로 궂은 날씨와 대면했을 때 우여곡절 끝에 나만의 보금자리로 귀환하며 느꼈던 감회와 비견되려나.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는 순식간에 훈훈해지고, 허기진 배는 본능적으로 먹거리를 찾는다. 빵과 감자, 따듯한 차 한잔으로 서서히 달아오르는 체온.


여하튼, 개인적인 취향이 빚어낸 감자와 빵이라는 조합은 여름의 감자를 만나 항해를 지속 중이다. 하지 무렵 텃밭에서 캐어 올린 감자 서너 알에 밀가루 두 컵, 소금과 올리브유, 파슬리와 치즈 토핑으로 아늑함을 안겨주는 감자빵에 탐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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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욕심이 지나쳐 삶은 감자 한 톨이 남아버렸다. 웨지 모양으로 썰어 식빵 틀로 들어간 반죽 위에 토핑으로 마무리한 감자빵의 식빵 Ver.



그날 그날에 따라 변화무쌍한 감자빵은 칼로 썰어 단면을 살필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 촉촉하고 포슬포슬하며 차진 술빵의 식감에 가깝다. 간밤에 반죽과 성형을 거쳐 구워낸 감자빵은 여름철 간단한 아침식사로 이틀에 한 번꼴로 식탁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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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먹어도 밸런스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여름 오이와 토마토를 곁들여 샌드위치를 쌓으면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진다(샌드위치 덕후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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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감자빵에 토핑 된 파마산 치즈의 짭짜롬하며 고소한 맛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나 보다. 투박하게 조각난 파마산 치즈가 돋보이는 감자빵. 오이와 토마토, 햄과 치즈 조합의 샌드위치에 살며시 물렸을 때다. 그날따라 옥상정원의 바질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문득 떠오르는 카프레제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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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지친 계절이지만, 이런 상큼한 이미지와 마주할 때면 여름을 훔쳐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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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쌓은 나만의 세계가 아름다운 단면으로써 빛나기 직전. 샌드위치에 열광하는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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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이 가기전에, 얼마나 더 감자와 랑데뷰하려나. 이른 봄철부터 하지 무렵까지 텃밭을 오고 가며 감자 밭을 일궈낸 까닭에 여느 때 보다 감자라는 작물에 더욱 애착이 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또 삶이 지속되고 있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바로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작업노트, VINCENT VAN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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