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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현 Oct 03. 2016

어떤 날의 브런치

새우 아보카도 부르스케타




 일기 예보는 빗나갔고, 무기력하게 그저 마음 놓고 연휴를 보내려 했던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저기압이 몰려오면 한없이 잠을 청하던 고양이들조차 온몸을 치켜세우고 태양빛과 랑데부하기 위해 직사광 아래로 자리를 옮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오후를 멋지게 보내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 보지만 역부족이다. 


 습도는 70%에 육박하나, 비구름이 물러난 뒤의 하늘과 공기의 질은 더없이 맑고 깨끗하다. 오늘따라 투명한 듯 내리쬐는 태양빛은 백색에 가깝다. 비정상적인 하루의 시작. 연휴의 마지막 날. 몸은 집 안에 머물러 있지만, 마음은 계속해서 밖으로 세어 나가고 있다. 이럴 땐, 그저 집안에 있는 문이란 문은 모조리 열어 쟂히고 아무런 잡념 없이 한가로이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It's  Recipe ;

아보카도 새우 부르스게타


아보카도 새우 부르스게타 :

고소하고 크리미한 매시드 아보카도 사이로 아삭하게 씹히는 양파 조각, 시즈닝으로 감칠맛을 더한 탱글한 새우, 바삭한 바게트의 삼합. 

INGREDIANTS(아보카도 1개 분량)

· 바게트 : 약 2cm 두께로 8-10 조각 슬라이스 

· 아보카도 : 잘 숙성된 아보카도 1개

· 새우 : 약 20-25마리

· 시즈닝 : 각종 허브와 소금, 후추, 크러쉬드 레드 페퍼 

· 양파 : 작은 양파 1개, 클 경우 반 조각 다진 것

· 고수잎 : 토핑용으로 취향에 따라.


- 완숙된 아보카도 속을 파내 으깬다. 

- 다진 양파를 으깬 아보카도와 잘 섞어 준다. 

- 예열해둔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뒤, 살짝 해동한 새우를 강불로 조리한다. 

- 새우가 반투명하게 익기 시작할 즈음, 각종 시즈닝을 뿌려가며 골고루 섞어 준다. 

- 슬라이스 한 바게트를 하나씩 팬에 잘 펴 발라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약 3분 정도 구워낸다.

- 바삭하게 구워진 바게트 위로 아보카도 베이스를 펴 바르고 시즈닝 한 새우 2-3마리를 얹어준다.  

- 마지막으로 토핑 할 고수 조각은 취향 따라.  






아보카도의 아름다운 그라데이션. 



 무쇠 팬에 입문했다. 1년 남짓 사용하다 버리게 되는 코팅 팬에 비해 평생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무게만큼이나 우직한 믿음이 가는 조리 도구. 사용 전 충분한 예열과, 사용 후 관리하는 과정이 다소 번거롭긴 하다만. 그쯤이야 뭐. 



 뭉퉁그려 시즈닝이라고 한 것은, 실은 아주 다양한 가루들이 섞인 복합 시즈닝을 사용하기 때문. 과감하게(?) 레시피의 비법을 공개하자면, 애용하는 마트에서 구매한 몬트리올 스테이크 시즈닝과 크러쉬드 레드 페퍼의 조합인 것이다! 




 맛있게 익은 아보카도의 빛깔. 초록과 노랑의 환상적인 그라데이션. 간단하게 포크를 이용해 짓눌러 주기만 해도 잘 으깨진다. 



다음으로 으깬 아보카도에 다진 양파 섞어 주기. 마치 버터를 씹는 듯한 맛의 아보카도. 크리미하고 고소한 식감에 약간의 재미를 보완해 줄 식재료. 과즙이 풍부한 아삭한 식감의 양파가 재격이다.  



으깨진 아보카도에 다진 양파를 슥삭슥삭 섞어주면 아보카도 베이스 완성.

 


무쇠 팬에 시즈닝을 덧입은 새우를 살펴볼 차례. 탱글탱글한 새우살 사이로 각종 양념들이 춤을 추고 있다. 



부르스케타로 만들 바게트 빵을 슬라이스해 오븐에서 바삭하게 구워내면 모든 준비 완료. 



아보카도와 새우를 준비해 놓고 바삭하게 구워져 나올 빵을 기다린다.



빵 위로 다진 양파가 섞인 으깬 아보카도를 차곡차곡 얹은 다음, 



시즈닝이 콕콕 박힌 탱글한 새우를 살짝 곁들여 주면, 



어떤 날의 한가로이 즐기는 브런치 완성. 



 온통 열어젖힌 문 사이로 맞바람이 살랑살랑 일렁이고, 얼마 안 가 자취를 감추게 될 날벌레들은 투명한 햇살 사이로 그 화려한 날갯짓을 펼치며 생의 절정을 소진하고 있다. 공기 중에는 막 내린 드립 커피의 향과 여열이 남아 있는 무쇠 팬에서 풍겨 나는 온갖 향신료 그리고 새우 비린내가 뒤섞인 채 후각을 자극한다. 손끝에는 고수의 향이 살짝 스며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눈을 반쯤 감은, 아니 눈을 반쯤 치켜뜬 고양이는 직사광이 네모나게 잘린 마당의 타일 바닥에서 살짝 비켜선 구석에 몸을 기대고 앉아 그 완벽한 온도를 음미하는 중이고 간밤에 내린 빗물을 흠뻑 마신 옥상 위의 식물은 줄기를 꼿꼿이 세우고 여전히 푸르른 존재를 과시하고 있지만, 잎사귀 끝으로 번져오는 빛바랜 쇠함이 계절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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