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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Life Aug 24. 2016

감자와 빵 그리고 샌드위치

여름의 일상에서





 좋아하는 단어의 조합이 몇 가지 있다. 빵과 커피, 고양이와 낮잠, 해변과 맥주, 비틀즈와 츄잉캔디, 카스테라와 우유 같은.. 그중에도 감자와 빵이라고 하면 원초적인 아늑함에 가까운 정서로 다가온다. 웬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밀도 높은 빗방울이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날, 길 위에서 무방비 상태로 궂은 날씨와 대면했을 때 우여곡절 끝에 나만의 보금자리로 귀환하며 느꼈던 감회와 비견되려나.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는 순식간에 훈훈해지고, 허기진 배는 본능적으로 먹거리를 찾는다. 빵과 감자, 따듯한 차 한잔으로 서서히 달아오르는 체온. 


 여하튼, 개인적인 취향이 빚어낸 감자와 빵이라는 조합은 여름의 감자를 만나 항해를 지속 중이다. 하지 무렵 텃밭에서 캐어 올린 감자 서너 알에 밀가루 두 컵, 소금과 올리브유, 파슬리와 치즈 토핑으로 아늑함을 안겨주는 감자빵에 탐닉 중. 



 감자 욕심이 지나쳐 삶은 감자 한 톨이 남아버렸다. 웨지 모양으로 썰어 식빵 틀로 들어간 반죽 위에 토핑으로 마무리한 감자빵의 식빵 Ver. 



 그날 그날에 따라 변화무쌍한 감자빵은 칼로 썰어 단면을 살필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 촉촉하고 포슬포슬하며 차진 술빵의 식감에 가깝다. 간밤에 반죽과 성형을 거쳐 구워낸 감자빵은 여름철 간단한 아침식사로 이틀에 한 번꼴로 식탁 위에 오른다. 



 그냥 먹어도 밸런스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여름 오이와 토마토를 곁들여 샌드위치를 쌓으면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진다(샌드위치 덕후의 소회).



 이날은 감자빵에 토핑 된 파마산 치즈의 짭짜롬하며 고소한 맛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나 보다. 투박하게 조각난 파마산 치즈가 돋보이는 감자빵. 오이와 토마토, 햄과 치즈 조합의 샌드위치에 살며시 물렸을 때다. 그날따라 옥상정원의 바질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문득 떠오르는 카프레제 샌드위치. 









폭염에 지친 계절이지만, 이런 상큼한 이미지와 마주할 때면 여름을 훔쳐버리고 싶다. 






차곡차곡 쌓은 나만의 세계가 아름다운 단면으로써 빛나기 직전. 샌드위치에 열광하는 하나의 이유. 







  이 여름이 가기전에, 얼마나 더 감자와 랑데뷰하려나. 이른 봄철부터 하지 무렵까지 텃밭을 오고 가며 감자 밭을 일궈낸 까닭에 여느 때 보다 감자라는 작물에 더욱 애착이 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또 삶이 지속되고 있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바로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작업노트, VINCENT VAN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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