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stain Life Oct 20. 2015

옥상 정원의 가을






 여름이 한창일 때, 무슨 요리에 곁들인다고 연한 잎을  몇 번 따 낸 이후 무성하게도 성장해 버린 파슬리 화분은 나비의 산란장이 되었다. 흠칫 놀라기 보다 애벌레의 화려한 색감에 '예쁘다'는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흘러 나왔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패턴에 마음을 사로잡혔던 것일까. 그야말로 환골탈태하여 예쁜 나비가 되어보라며 방치해 두었다. 그런데, 어느 날 새 울음소리가 허공을 가르더니 그 날 저녁 세 마리의 통통한 애벌레가 사라지고 말았다. 왠지 모를 허탈감이 엄습했던 어느 가을날. 



 옥상으로 올라가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빛 아래 바짝 말라가던 마른 흙 덩이 위로 긴 호스를 연결해 화분을 촉촉이 적시던 일 또한 아주 오래된 이야기 같다. 한 해만 살다 가는 식물은 한여름 내내 꽃을 만개하여 온갖 날벌레를 불러 들이더니, 마침내 수정된 씨앗을 품었다. 아직까지 한 낮의 온도가 치솟으면 유사 여름의 기억을 떠올릴 만도 해, 한해살이 식물은 마지막으로 기운을 모아 서리가 내리기 전, 다시 한 번 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벌을 유혹해 본다.  






 한해살이 식물에 속하는 토마토. 토마토의 생명력은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 정말이지 곧, 서리가 내릴 텐데 여전히 노오란 별 모양의 꽃을 틔운다. 





 나의 장미, 올해부터는 실내에 들여놓지 않아도 옥상에서 월동이 가능할 것만 같다. 조금 더 있다 꽃이 지면 겨울을 나기 위해 앙상한 가지만이 남을 것이다. 돌아오는 봄을 기약하며 다시금 화할 나의 장미를 생각하니,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게 조금은 와 닿는 것 같기도. 




  나의 옥상정원에 수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미와 바질, 그리고 이름 모를 허브(속으로 '개박하'라 부른다). 그나저나 아름다운 꽃. 미세먼지가 그득한 대기 사이로 인왕산의 실루엣이 걸쳤다. 




능소화 덩굴이 비친 담벼락 사이로 미셸이 올려다 보던 하늘이 어디쯤 걸쳐 있을 것이다.  



 옥상에 오르는 묘미 중 또 하나는 바로 고양이들과의 놀이에 있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꼭 옥상에 올라 자신의 영역을 점검하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코 끝으로 느껴야만 일과를 마무리하는 고양이.  






이전 14화 계절의 호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