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子들 / 한수남

by 한수남


내 속에 할머니가 산다.


어릴 적 헝클어진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주던 사람

홍시를 내어주고 숨겨둔 엿가락을 내어주고

나는 바늘귀에 실 꿰어 주고

그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렇게 우리는 단짝이었다.


내 속에 엄마가 산다.


일 년에 한두 번만 연하게 화장하던 엄마

어린 내가 씹던 껌도 잘 받아 씹던 엄마

생선 비늘이 튀어 올라 파마머리에 붙은 채

구슬픈 가곡을 잘 부르던 울 엄마,

어느새 나는 그때 엄마 나이를 훌쩍 넘기고 있다.


내 속에 내 딸이 있다.


객지에 보내놓고 늘 맘이 쓰이는 딸아이는

걱정 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힘들면 힘껏 내게로 달려올 것이다.


女子들의 이야기는 강물처럼, 강물처럼 흘러가니까.


딸애 뒷모습(2-3년 전, 허락받고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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