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 할머니가 산다.
어릴 적 헝클어진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주던 사람
홍시를 내어주고 숨겨둔 엿가락을 내어주고
나는 바늘귀에 실 꿰어 주고
그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렇게 우리는 단짝이었다.
내 속에 엄마가 산다.
일 년에 한두 번만 연하게 화장하던 엄마
어린 내가 씹던 껌도 잘 받아 씹던 엄마
생선 비늘이 튀어 올라 파마머리에 붙은 채
구슬픈 가곡을 잘 부르던 울 엄마,
어느새 나는 그때 엄마 나이를 훌쩍 넘기고 있다.
내 속에 내 딸이 있다.
객지에 보내놓고 늘 맘이 쓰이는 딸아이는
걱정 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힘들면 힘껏 내게로 달려올 것이다.
女子들의 이야기는 강물처럼, 강물처럼 흘러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