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젓가락질 / 한수남

by 한수남


콩은 쏙, 도망가고요

도토리묵은 미끄덩, 흘러내리고요

김은 두 장, 세 장 따라오고요

어디 만만한 반찬 없나?

하얀 두부에 푹, 젓가락을 찔러서

간장 조금 적시려다 풍덩, 빠뜨리고요

그냥 국만 떠먹고 있으니

누가 밥 위에 척, 깻잎절임 한 장 얹어주고요

젓가락질 연습하는 일곱 살에게

우리나라 반찬들은 쉽지 않아요


어른들도 가끔 흘릴 수도 있는데

괜찮다, 잘한다, 응원했더니

나날이 실력이 늘어나네요

여덟 살 아홉 살의 위대한 젓가락질.



keyword
이전 10화봄비 / 한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