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묻힌 고구마를 캐면
고구마 줄기 따라 고구마들이 줄줄 따라나옵니다
땅속에서 토실하게 살이 오른 감자를 캐면
감자에 흙이 묻어 같이 상자에 담깁니다
시장에 가서 당근을 살 때도
흙이 묻어있는 흙당근이 더 좋아요
흙이랑 고구마랑
흙이랑 감자랑
흙이랑 당근이랑
흙을 털어내고 씻어주면서
씽크대 바닥에 고이는 고운 흙가루를 바라봅니다
흙에서 나온 것들이 흙을 떠나보내는 순간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문득 생각합니다
흙당근 (무료이미지)
한수남의 수수한 시, 동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