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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항(缺航) / 한수남

by 한수남


저는 지금 길 위에 있는데, 모든 길이 막혔다 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쳐 하늘길도 뱃길도 얼어붙었습니다

높이 솟구치는 파도에 서로 몸을 묶은 배들은 끽끽

울어대고, 선착장에 서서 저는 감히 바람을

읽으려합니다.


저는 길을 나섰으나, 더 이상 흐를 수가 없습니다

공항의 차디찬 바닥에 담요를 깔고 모로 누우면

토막잠도 멀리 달아나버리고 낯선 이방의 언어들이

윙윙거립니다. 거대한 날개를 가진 비행기들이

어깨를 웅크리고 몸을 사립니다.

기다림이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더 외로워야 하나요?

더 외롭고 외롭다가 더 깊어져야 하나요?

멀리 있는 그대여, 저는

홀로 파도를 견디는 섬을 생각할게요.

비바람에 떠는 새 한 마리를 생각하면

세상에 못 견딜 일도 없지요.

막혔으면 트이는 날도 있겠지요,

에서 기다림은 늘 그렇게 오고 갔으니까요


결항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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