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시 한 편에서
꾹꾹 눌러쓴 육필 원고의 흔적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건대, 그림 한 폭에서
투박한 손에 들린 붓질의 흔적을 생생히 느낄 수 있기를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살아있는 것은
작가의 진한 땀과 핏방울.
남의 생각을 훔친 이의 찔리는 가책 말고
아이디어를 훔친 자의 꺼림칙한 냄새 말고
바라건대, 로봇의 창작은
다만 로봇의 창작에 머물기를
창작은 창자를 쥐어짜는 고통 끝에 올진대
그 고귀한 고통을 공짜로 가져가지 말기를,
나 또한 조심하기를,
나도 모르게 도적이 될 수 있는 세상
창작의 드넓은 바다를 제대로 헤엄칠 수 있기를.
고향바다를 등 뒤에 두고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