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

by 한수남


정(情) / 한수남


설거지를 하다 그릇끼리 부딪쳐

하필 간장 종지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아침


정든 곳을 떠나야 하는 나는

정든 이와 이별해야 하는 나는


십수 년 정든 그릇 하나를 쉽게 버릴 수가 없어서

베란다 화분들 사이에 고이 숨겨 두었습니다.


아마 저는 이따금 생각난 듯이

빈 간장 종지의 새하얀 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겠지요.




바닥에 희미한 낙관이 있는 간장종지 귀퉁이가 깨지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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