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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버스 / 한수남

by 한수남

일부러 완행으로 표를 끊었다

직행도 있지만 그냥 모든 정거장마다 한 박자씩

쉬고 싶었다


정거장마다 남몰래 한숨을 내쉬며 가는 것은

올라타는 사람들이 다 조금씩 아는 얼굴 같은 느낌 때문에

모두 각자의 고향에 가는 듯한 이상한 착각 때문에


갓 스물에는 완행을 타고 통학을 했다

뚜벅뚜벅 걸어와 내 옆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붙이는

그녀에게 깜짝 놀란다. 고개 돌려

창문에 비치는 옆모습을 훔쳐보다가


이 버스의 종점은 삼천포,

부스스한 뒷머리를 정리하고 낡은 가방을 챙기고

바닷가까지 걸어가서 조금 헤매다가

노을 질 무렵 돌아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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