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완행으로 표를 끊었다
직행도 있지만 그냥 모든 정거장마다 한 박자씩
쉬고 싶었다
정거장마다 남몰래 한숨을 내쉬며 가는 것은
올라타는 사람들이 다 조금씩 아는 얼굴 같은 느낌 때문에
모두 각자의 고향에 가는 듯한 이상한 착각 때문에
갓 스물에는 완행을 타고 통학을 했다
뚜벅뚜벅 걸어와 내 옆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붙이는
그녀에게 깜짝 놀란다. 고개 돌려
창문에 비치는 옆모습을 훔쳐보다가
이 버스의 종점은 삼천포,
부스스한 뒷머리를 정리하고 낡은 가방을 챙기고
바닷가까지 걸어가서 조금 헤매다가
노을 질 무렵 돌아올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