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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 한수남

by 한수남


빗줄기는 나를 때려주고 싶어

저렇게 점점 사나워지네

내가 잘못한 게 무얼까

줄줄이 줄줄이 빗줄기처럼 이어져

유리창 앞에서 나는 그만 울고 싶어지네


이 투명하고 가없는 슬픔이 너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흠씬 두들겨 맞고 정신을 차리고 싶어

이제 그만 화해하고 싶어, 내가 나를 밟고 가서

새하얀 빨래처럼 다시 태어나고 싶어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용서하고 용서받는 비가 내리네

하염없이 내리네 무더기로 내리네

시원하게 내리네 내리네


슬픔이여, 이제 그만 너의 흰 손목을 다오

너의 손을 맞잡고 뜨겁게

남은 비를 맞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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