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너는 항상 건널목 저쪽
건너편에 서 있었다
건너가기만 하면 네가 나를 꼬옥
안아줄 것만 같은 오래된 착각에 시달리며
나는 평생 건널목을 떠나지 못했다
이쪽과 저쪽 끝에서 우리는 각자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전화를 받고
사랑을 하다 문득,
건널목에 서있는 오래된 사람 하나를
기억해낸다
왜 먼저 건너가지 않았는지 누군가
물어온다면, 끝내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어
그리움을 버리지 못했노라고
오래된 건널목,
그 나무 그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그 사람 하나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행복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