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정(多情) / 한수남

by 한수남


나는 정(情)이 많은 사람인가, 아닌가


괜스레 올려다본 하늘에는 젖빛 구름이 흐르고

붉은 노을이 오고 밤이 오고


유난히 정(情) 많던 이는 할머니였지

앓아누운 어릴 적, 밤새 자리를 지키던 그녀

온몸으로 정을 풍기셨지

이 땅 여인들은

새댁에서 아줌니에서 할무니가 되면서 점점

정이 흘러넘치게 되지, 하지만

정 쏟을 데가 없어진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어떡하라고


정(情) 붙일 데가 있으면

정(情) 쏟을 데가 있으면


누구나 정(情) 많은 이가 될 수 있을 터

나는, 나이 먹어가는 나는

정(情) 많은 사람인가 아닌가


사람을 살게하는 정(情)


흰 색 수국



keyword
이전 27화 손등에 자라는 푸른 나무 / 한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