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情)이 많은 사람인가, 아닌가
괜스레 올려다본 하늘에는 젖빛 구름이 흐르고
붉은 노을이 오고 밤이 오고
유난히 정(情) 많던 이는 할머니였지
앓아누운 어릴 적, 밤새 자리를 지키던 그녀
온몸으로 정을 풍기셨지
이 땅 여인들은
새댁에서 아줌니에서 할무니가 되면서 점점
정이 흘러넘치게 되지, 하지만
정 쏟을 데가 없어진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어떡하라고
정(情) 붙일 데가 있으면
정(情) 쏟을 데가 있으면
누구나 정(情) 많은 이가 될 수 있을 터
나는, 나이 먹어가는 나는
정(情) 많은 사람인가 아닌가
사람을 살게하는 정(情)
흰 색 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