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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남 Aug 14. 2024

해녀 / 한수남

              혼백상자 등에다 지고

         가슴 앞에 두렁박 차고 

         한 손에 빗창 쥐고 

         한 손에 호미 쥐고

         한 질 두 질 수지픈 물 속

         허위적 허위적 들어간다

         이여싸나 이여도싸나* 

     


섬에 와서 노래를 배웠다. 민박집 주인 할매는 죽은 할머니와 여러 군데 닮았다 

담배도 잘 피우고 욕도 잘 하고 이여싸나 이여도싸나 

큰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방바닥 장단을 두드리더니

숭한 년, 옆집 살던 과부 욕을 해댔다. 고데구리배 그물이 몸뗑이 감아드는 줄도 모르고

젊은 것이 욕심을 부렸다고, 해삼이고 전복이고 소라고 하나 더 따믄 뭣에 쓸 거냐고, 

온 동네 발칵 뒤집힌 사연 날수를 헤아리다 아껴둔 소주병을 꺼냈다 

홍합을 까먹으며 매운 소주를 마시며 섬에 온 지 사흘째 나던 밤이었다 

내일 아침배로 어서 떠나라고 육지가시내 갯바람 들면 탈난다고 해놓고

뜨건 국물을 자꾸 부어주고 있었다

열여덟에 시집 와서 어언 오십년 물질 안하고 놀면 몸살 나는 내력을 조곤조곤 털어놓고 있었다

비닐장판이 익어가는 아랫목 스르르 잠이 들면 꿈에서 꼭 이어도를 볼 것만 같은 밤이었다

낭창한 허리에 볼그족족 뺨이 붉었다는 그 젊은 과부가 살고 있을까

이여싸나 이여도싸나 이여싸나 이여도싸나

마당가 빨랫줄에 걸린 검정 고무옷도 휘잉 휘이잉 슬픈 노래를 부르던 밤이었다  

          

* 해녀들의 노동요 


해녀(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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