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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남 Aug 17. 2024

피서 / 한수남

어디로 피해야 이 더위가 한발 물러설까

오늘 나는 도서관으로 피했는데

어릴 적에는 백사장으로 8월이 되어서야

피서를 갔지

가게를 비울 수 없어 7월에는 못가고

8월도 퍽 흘러 광복절 무렵

수박 한 덩이 사들고 바닷가 가서

따끈따끈 모래찜질을 했지

빨간 경고 깃발까지 헤엄쳐 가서

덜컥 나를 놀라게 했던 젊은 아버지

살짝 오줌을 지리던 그 바닷가에는

붉은 노을도 달려왔지

언니들에게 물려받은 낡은 수영복을 입고

바다를 노려보던 나는 아마

비뚤어지고 싶었지, 벗어나고 싶었지

왜 오래된 기억들이 더 뚜렷할 때가 많은지

도서관에 피서 온 나는 책 속에서 답을 좀 찾아보다가

터덜터덜 집으로 가지

여름날의 노을은 참 붉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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