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기일 즈음에-
엄마!
벌써 20년이 지났네..
엄마와 내가 서로 피부를 맞닿고 얘기할 수 없는 공간으로 헤어진 지가..
그곳은 어때?
여전히 오지랖 넓게 활기찬 엄마로
잘 살고 있을까?
가끔 엄마가 있는 무덤을 생각하다가도
또 다른 무형의 엄마를 항상 떠올렸던 것 같기도 해
죽음이란 무시무시한 단어에 엄마를 가두기보다는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는 내 안에 항상 살려두고 싶었거든.
젊은 날에는 나의 외로움과 무서움을 견디기 위해
엄마를 내 안에 두었고
또 다른 시련에는 나의 억울함을 알아줄 사람이 필요해서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했어
그리고 그런저런 시간이 지난 후로는
머지않아 만나게 될 나의 영원한 동반자로 엄마를
내 안의 어딘가에 꼭꼭 숨겨두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20여 년이 지나니
이제는 조금은 감정이 무뎌지나 봐
이제는 엄마를 찾을 일이 많이는 없어져
조금은 아쉽기도 해..
내가 이미 엄마만큼의 나이를 먹어서인지
세상만사 그러려니해서 인지
서럽고 아픈 자국이 조금씩 흐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혹시나 내가 엄마를 덜 찾더라도
엄마가 이해해~~
왜냐하면 그건 엄마 딸이 잘 살고 있다는 증거니까..
엄마!
난 지금 50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 20대의 어딘가에 꿈을 이루지 못해 방황하는
철부지 어린아이 같아
20대와 30대를 '나'라는 이름으로 살아보지
못해서 그런 걸까?
아직도 무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거든
어리석게도 난 어느 유명한 노래의 가삿말처럼
그저 시간에 기대서 살아왔던 것 같아~~
그땐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어..
그 시간이 너무 오래여서인지
아직도 삶에 대해 자신이 없고, 나를 찾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
겉으로는 잘난 척 똑 부러지는 척 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이룬 것도 내세울 것도 없거든..
그저 위안이 되는 건^^
나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는 거..
내가 50년이라는 세월을 엄마에게 의지하듯
내 딸에게도 나는 그런 존재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름 노력하고 있어
엄마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엄마!
나는 가끔 딸에게 엄마 얘기를 많이 들려줘~
할머니는 참 마음이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고..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건 나만이 추억하는 건
아니고..
엄마가 베풀었던 마음은 영진이 아줌마에게도
기준이 오빠에게도 아직도 남아 있더라고..
기준 오빠도 늙었는지
엄마를 많이 보고 싶어 해~~
이모가 나를 팔 할을 키워줬는데
나는 일할도 보답을 못한 것 같다고..
누군가에게 그리 오래도록 마음의 은인으로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엄마라서
나는 너무 뿌듯하고 마음이 벅차..
어제는 꿈을 꿨는데
오랜만에 엄마가 내 결혼식에 예쁜 모습으로 와서
나를 꼭 안아주더라고..
아마 텔레파시가 통했나 봐~~
내가 서러울 때 외로울 때 힘겨울 때
나에게 찾아와서 항상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나도 좋은 엄마로 살다가 엄마를 만나러 갈게~~
그리고 50여 년 동안 아직 부끄럽고 쑥스러워
한 번도 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엄마 정말 많이 사랑해~♡
(이미지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