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많이 하지 않은 나는 대화의 기술이 부족하다. 뭔가 찜찜하고 기분이 나쁜데 그 당시엔 반박하지 못하고 뒤돌아보며 늘 억울해하고 자책한다.
아! 난 그때 왜 그렇게 말하지 못했지?
참 어리석고 바보 같다.
그러다가 한편으론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인성이나 대화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도 분명 대안은 필요해 보인다.
얼마 전 시아주버님과 형님, 어머님을 모시고 근교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어머님을 모시고 계시는 아주버님과는 1년에 한두 번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종종 있다.
주말의 밤이라 숙소에서
티브이드라마를 보게 됐는데
딸이랑은 귀궁을 보고, 남편이랑은 미지의 서울을 보고, 또 박보검 때문에 새로 시작한 굿보이란 드라마도 본다고 웃으며 얘기를 했다.
(다 거의 동시간대 하는 드라마이다.)
아주버님 말씀이
"제수씨 요즘 한가하신가 봐요.. 드라마 많이 보시네요!!!"
아.. 네.. ^^
그리고 그날 밤은 형님과 맥주 한 잔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취사가 안 되는 숙소에서
집에서 준비해 간 빵과 떡 샐러드 과일과 커피로
브런치를 차렸다.
대단히 잘 차려진 음식은 아니지만
다들 만족스러워하며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요즘 유튜브 활동을 하시는 선우용여 배우가
생각이 났다. (조식 때문에 생각이 난 것 같다)
제가 요즘 선우용여 배우의 유튜브를 봤는데
연세 드셔도 되게 즐겁게 사시더라고요~~^^
그랬더니
아주버님이 또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
"아! 제수씨 요즘 되게 한가하신 가 봐요.."
이 시점에 내 마음은 느닷없이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선우용여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그 말이 자꾸 곱씹어졌다.
"제수씨! 요즘 되게 한가하신 가 봐요.."
왜 아주버님은 그런 식으로 말씀을 하셨을까?
1. 아무 생각 없이
2. 정말 티브이나 유튜브를 많이 보는 것 같아서
3. 내가 집에서 티브이나 유튜브를 보며
한가하게 노는 것 같아 비아냥거리려고
(내 마음의 정답-3)
다소 예민한 성격의 나는 먼저 딸에게 의견을 물었다. 엄마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니?
글쎄 큰아빠의 정확한 의도는 본인만이 아는 거지만
한 번은 그럴 수도 있는 데
두 번씩이나 그렇게 얘기하는 건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선우용여 아줌마가 유튜브도 찍어요?
이런 식의 반응을 하지 않겠어?
그리고 친구에게도 한 번 더 물어봤다.
친구도 역시
왜 말을 그렇게 이상하게 해? 무슨 밑밥을 깔고 얘기하듯이..
나는 5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전업주부이다.
결혼을 늦게 해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한 나는
아직 중학생 아이를 두고 있다.
육아를 위해 육체적으로 피곤한 시기는 지났지만
정신적으로 신경 쓸 일은 더 많아진 시점이 도래했다.
물리적으로 개인적인 시간은 늘어났지만
그 시간이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으로 이어지기엔
마땅한 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경력단절과
나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많이 부딪히기도 한다.
그 부분에 있어 가장 고민하고
번뇌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고 자괴감이 드는
것도 역시 나 자신이다.
어쩌면 그 말이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는 건
나의 약점이라서 더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딸은 나에게 가끔 조언을 해준다.
엄마 그럴 때는 엄마 약점을 빨리 인정해~
이런 식으로 "네 저 요즘 엄청 한가해요~"
그럼 말하는 사람이 나쁜 의도가 있었으면
더 뻘쭘하겠지..^^ㅎㅎ)
차라리 아주버님이 나에게 솔직하게
제수씨는 요즘 일은 안 하세요?
라고 물어봤으면
나는 진솔하게 대답을 했을 것 같다.
네.. 요즘 찾아봐도 마땅한 게 없고
잘 써주지도 않아요..
이런 대화가 오갔으면 조금은 더 가족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시댁과의 거리는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손을 뻗지만 닿을 수 없는 오아시스처럼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미지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