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행복한 시간을 연장한다-
여행의 시작은 만남이다.
다시 광장이다. 여행의 시작이기도 했던 그 광장.
아는 이는 여행 중에 이 광장을 30번은 지나쳤다고 했던가? 우리도 서너 번은 그 광장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그 광장에서 남편의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10년 전 아이가 어릴 때 우리는 일본의 남편 친구 집에 일주일 머물렀다.
흔쾌히 낯선 손님을 받아주었던 남편의 친구와 일본인 와이프는 그 이후로 더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매년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같이
여행도 가고 밥을 먹는 사이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꼬맹이 아이들은 어느덧 청소년기를
맞이하고 우리는 중년의 시간의 끄트머리에 서
있다. 한국에서 만나도 반갑지만, 일본에서의
오랜만의 만남은 설렘과 함께 깊은 반가움을 준다.
인생은 짧고, 행복한 시간은 길지 않지만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며 행복한 시간의 길이를
연장시킨다.
10년 전의 그때도 남편의 친구는
일본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전 세계의 모든 자전거가 있는
곳이라던가, 일본의 정통 료칸이라던가, 그리고
일본의 그 어딘가로..
10년이 지난 오늘의 목적지도 우리는 처음 들어 본 곳이었다. 고야산이라는 곳.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도 한다.
모순적이지만 때론 모순이 진리일 수도 있다.
오사카에서는 열차를 타고 두 시간쯤 가서
또다시 산악열차 비슷한 것을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랐다. 거기서부터는 또다시 버스를 타고
마을로 들어간다.
가는 여정이 고되기도 했지만 처음 타보는
케이블 열차를 우리가 또 언제 타볼까 하는 생각에
발걸음에 힘을 주었다.
케이블 열차에서 내리니 고즈넉하고
평온한 마을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이런 마을이 있다니 신기했다.
마을 사이사이에는 일본의 종교나 신을 모시는 곳도 있고, 위령비를 모시는 곳도 있고 해서
좀 섬뜩한 느낌도 들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의 다양한 종교문화를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곳이었다.
일본식 절밥을 먹고 힘을 내서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무엇을 꼭 본다기보다는
같이 걷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오후의 하루를 빈틈없이 채웠다.
다시 골목길을 걸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들은 울창했고, 마을은 고요했으며, 사람들의 뒷모습은 햇살을 받으며 따뜻했다.
낯선 길에서 잊지 못할 풍경을 만났다.
낯선 길을 돌아 우리는 다시 오사카 시내로 들어왔다.
저녁에는 가족이 모두 모이기로 했다.
10년 전에도 어른스러웠던 친구의 딸 H는
정말로 예쁜 아가씨가 되었다. 사춘기는 다 지나가 이제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동생 S은 이제 사춘기가 서서히 오는 듯
시크한 느낌이 들었고, 우리 딸 Y는 그 사이 어디쯤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자카야에서 먹방을 보인 H는 얼굴에 털털한 웃음이 한가득이고, 남편 친구의 아내인 M 씨는 우리를 챙기느라 음식을 주문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말수가 없는 동생 S는 두 시간 동안 같은 표정만 볼 수 있었다. 너무너무 귀여웠던 까불쟁이 4살 꼬맹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일본의 어느 이자카야에서 우리는 10년 전 일들을
회상했다.
행복했던 시간을 같이 보냈던 만남은
언젠가 돌아볼 지금의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 것이다.
10년 후에 아이들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을 할까?
먼 미래의 시간들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이 자리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