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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품은 영주 여행(2)

-소수서원과 무섬마을-

by 수다쟁이

여행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맛집 탐방이다.

지나다 우연히 들른 제천에서의 떡갈비도, 영주시내의 청국장 집도 나름 그들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맛집은 몸에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 ○○○이라는 곳이었다. 인공적으로 맛을 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이라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고 맛도 훌륭했다.

음식에 있어서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가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행자들에게 그 지역만의 특별한 음식은

다시 찾고 싶은 충분한 이유가 된다.

오늘 ○○○의 음식도 영주를 다시 찾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약선샐러드와 콩고물취나물 무침


연어샐러드와 표고탕수


약초전병과 탕평채

아점을 먹고 들른 곳은 소수서원이었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조선시대 중 고등 정도의 교육을 담당했던 곳)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라 한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고려시대 유학자인 안향선생의 사묘를 세우고 이듬해에 백운동 서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 이후에 이황 선생은 명종 임금께 건의를 해서 소수서원이라는 친필 현판을 사액받았다고 한다.


옛 선비들이 제사를 지내고 학문을 닦았던 서원을 둘러보며 주변이 참 한적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에 5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고 공부에 정진했다는 옛 선비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공간이라 괜스레 엄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래전 역사의 시간을 둘러보는 일은 지금의 나의 존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일 같아서 무척이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소수서원이란 이름의 유래


직방재와 경렴정

역사의 시간을 뒤로하고 영주에 오면 꼭 들러보고 싶던 무섬마을로 향했다.

무섬마을은 언젠가 TV로 스치듯 본 기억이 있는 곳인데 길게 늘어선 외나무다리를 한 번 건너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곳이다.


무섬마을은 태백산 자락에서 이어지는 내성천과 소백산에서 이어지는 서천이 만나, 산과 물이 태극 모양으로 돌아나가는 모양이 마치 물에 떠 있는 섬 같다고 해서 무섬이라고 불려진다고 한다.

내가 바라본 오래된 마을은 정말 돌아나가는 물길 안에 자리 잡고 있어 마치 외딴섬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언덕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

30년 전까지만 해도 저 다리가 없으면 외부로 통하는 길이 없었다고 하니 외나무다리의 역할은 어쩌면 다른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무서울 것 같지 않았던 다리 위에서의

걸음은 떨리고 아찔하며 현기증을 일으켰다.



좁은 다리 위에서 바라본 물은 참 맑고 깨끗했다. 그리고 추운 계절 속에서도 따뜻하게 보였다. 마을을 품은 잔잔한 물길이 마치 언제라도 숨으면 안온해지는 엄마의 치마폭처럼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오가는 다리는 잠시 길을 비켜주기 위해 뗏목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쉼과 배려와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좁다란 길을 걸었을 뿐인데 그 길에서 만난 표정은

한없이 다채로웠다. 웃고 설레고 행복하고 떨리고 무섭고 따뜻하고 시원하고 깨끗하고 포근하고..

오래도록 외나무다리에 서서 웃음 지었던 낭만을 품은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


한 해를 보내며 나만의 빨간 요일을 만들고 싶었던 영주 여행은 아쉬웠던 날들을 따뜻하게 위로받는 시간이었다.

청풍호반의 고요한 호수도, 한 폭의 수채화 같았던 부석사도, 외나무다리와 만난 무섬마을도..

추운 겨울이었지만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아마도 그건 오래된 시간이 품어주는 푸근함과 넉넉함 때문이겠지..

어릴 적 친구처럼 다정하게 말을 걸어 준 영주 마을이 오래도록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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