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른다는 건
마음 지치는 날
한 발 두 발 내딛는 걸음에
깊은 숨을 한 번 더 내뱉는 일이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에
바람이 지나가고
나뭇잎이 흔들리며
향긋한 풀냄새가 번져
어즈러이 널브러져 부서지는 생각들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일이다.
산을 오른다는 건
앞서 걷는 이의 뒷모습에 어린 상처와
어리석은 후회를
눈으로 잠시 토닥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끝이 어딘지 모를
나의 여정에서 만나게 될 이들에게
부드러운 말투와 환한 미소로
안부의 인사를 건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