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를 머금은 잡풀들은
억세고 기세등등하다.
지금쯤 엄마의 무덤에도 덤불쑥이 무성하겠지?
민석 엄마! 지수 할머니!
옥수수 삶았는데 빨리들 와~~
좁다란 마루엔 갓 담근 열무김치와
김이 오른 푹신한 감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쪄낸 옥수수자루가
동네 아주머니들의 입 속에서 웃고 있었다.
엄마가 있던 계절은
언제나 이야기가 있었다.
봄이 오면 봄동겉절이가 봄밤의 이야기가 되고
여름이면 옥수수자루가 웃음꽃을 피웠다.
가을에는 시원한 아욱된장국이 마음을 덥히고
겨울이면 아삭한 김장김치가
엄마의 하루가 되고
삶이 되었다.
오지랖 넓은 아줌마의
어리석음 같았던
쑥대 같은 거친 손은
개망초가 되어 피어났다.
아스라한 어린 날의 초상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멀어졌지만
나는 늘
그녀의 못다 한 이야기가
멍든 새끼발가락처럼 아리다.
두두둑
다시 비가 쏟아진다.
비가 그치면
억센 쑥대를 뽑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