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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라는 다락방

by 수다쟁이

어릴 적 옆집에 사는 친구는 가게에 달린 작은 단칸방에 살았다. 식구가 살기에는 너무 작아 보이는 방이었지만 친구네 가족은 불평 없이 그 작은방에서 알콩달콩 살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자 어느 날 친구 아버지는 가게 천장에 그럴듯한 다락방을 만드셨다.

나무로 잘 짜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천장이 낮아 앉아있기조차 불편한 다락방이지만 공부할 수 있는 기다란 앉은뱅이책상도 있고 책상 반대편은 이불을 피고 누워서 잘 수도 있었다.


초등학교시절 그다지 친하지 않던 그 친구집을 자주 방문했던 건 어쩌면 그 다락방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작은 다락방에 스탠드를 켜고 공부를 하면 왠지 모르게 공부가 더 잘될 것 같았고

넓은 공간의 썰렁함보다는 아기자기하고, 무언지모를 소중한 나만의 이야기 하나를 간직한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떤 꿈이라도 꿀 수 있는 빨간 머리 앤의 앤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매일 브런치라는 앱을 드나들며 나는 가끔 어릴 적

친구네 집을 드나들 때의 그 다락방을 떠올렸다.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나만의 소중한 비밀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기분.

혹시 누구한테 들킬까 봐 조바심내면서도

낯선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함께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월척이라도 낚은듯한 묘한 쾌감이 공존하는 곳.

내가 생각하고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맘껏 얘기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쓰다 보면 마음 한 구석이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지는 곳.

그리고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미완성인 집인 채로 나만의 작은 집을 짓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계속해서 작은 돌을 쌓아 올리고 몰래 들여다보는 이 시간이 어쩌면 어릴 적 막연한 꿈을 꾸는 시간인 것 같아서 가끔은 다시 40년 전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자꾸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쓸쓸한 기분을 잠시 위로받기도 한다.

어쩌면 그 작은 위로 때문에 브런치라는 다락방을 계속해서 드나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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