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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Aug 09. 2023

네 다음시작하시는 분

2회 초 시작 첫 출근

이번주부터 새로운 회사로 출근을 했다.

전 회사에서 오래 일한건 아니지만, 첫회사로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나름 편하기도 했고...

여러 면접투어를 돌며 선택한 두 번째 회사는 기존 회사와 같은 핀테크 회사여서 도메인(직무 외적인 관련 지식)도 동일하고, 하는 일도 대충 유사하다. 그래서 크게 부담을 안 가지고 출근을 했다. 

면접 때부터 사실 이곳은 붙을 것 같긴 했다. 면접 때 느껴지는 그 분위기를 넘어서 면접 때 거의 확정적인 여러 대화와 함께 그들의 눈에는 난 이미 회사에 입사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한 업무와 포트폴리오의 내용들이 그들의 핏에 맞았던 게 아주 컸다. 하지만 난 더 많은 선택을 하고 싶었고, 사실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았다.

그렇기에 연봉협상에서 이직 시에 주니어 레벨이 받을 수 있는 연봉인상률을 더 높게 불렀다. 근데 그것까지 오케이 해버렸기에 졸지에 목표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고, 선택항목에 들어온 회사였다.


지금 이렇게 출근해서 일도 하고, 많은 회의에도 참여한다는 것은 여기를 결국에 선택했다는 것이고, 오랜만에 출근에 어색하기 그지없다. 전 회사보다 훨씬 좋은 장비와 밝은 분위기, 출퇴근 시간의 단축 회사복지차원에서도 못한 게 없다. 많은 업무들이 밀려있는 느낌이지만, 아직은 업무를 파악하고 환경을 세팅하는 단계이니 만큼 크게 부담도 없고, 사업적으로 봤을 때도 성장가능성이 있는 많이 좋지는 않지만, 적당한 회사다.

무엇보다 연봉을 그렇게나 많이 올려 줬기 때문에 다음 이직 시에 시작금액자체가 달라져서 인생 목표의 연봉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게 아주 큰 장점이다. 


난 배가 불렀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이자 놀란 점은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면접 때도 놀랬는데 출근할 때마다 놀란다. 슬리퍼를 출근하기 전에 따로 사놓았지만, 이건 여기 있는 동안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신발을 안 신고 돌아다녀서 그런가 회사가 너무 조용하긴 했다. 서로 사람들과 친하지 않은 건지 정말 일만 하고 있는 건지 사람은 있는데 기계처럼 일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주변사람들과의 살가운 편한 인사도 어렵다. 다행히 옆에 앉아 계시는 분이 나랑 한 달 차이로 들어오신 분인데 말도 걸어주셔서 이 침묵만 가득한 공간에 똑똑똑 물을 떨어뜨려 주시고 계시지만 평소 시끄러운 회사를 다녔던 경험으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사실 업무파악을 하면서 계속 느낀 게 있다.

컴퓨터 화면의 많은 문서와 화면들, 내가 봐야 하는 것들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뭔가 재미가 없다. 흥미가 없는 게 맞는 것인가.... 평소 유사한 업무를 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숨 막히게 사무실에 앉아 있기는 처음이었다. 첫 회사에서 아무것도 모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의 눈은 계속 컴퓨터의 시계만 보고 있다. 


이 회사를 들어오길 선택하면서 나에게는 많은 고민과 계획을 했었다. 적당히 포기란 것을 하면서 내가 다음에 무엇을 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인생의 계획을 근 3년 치를 생각해 보고 선택한 곳이었고,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무엇이 더 나은지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고 분명 후회하겠지만, 나은 후회를 선택했던 것이다. 물론 겪어 보지 않았기에 그게 더 나은 후회인지, 덜 나은 후회인지는 잘 몰랐지만 내 경험상 판단을 내렸다. 


그게 이렇게 큰 후회를 가져올 줄이야.... 


그냥 실업급여받으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조금은 가질걸 후회하면서 회사를 벗어나 카페에 앉아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만약 본다면 탈옥한 사람과 심정이 비슷할 것 같다. 기쁘지만 불안한 마음을 안고서 내일도 또 출근이지....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고,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난 MZ세대가 아니다. 나이도 그렇고, 성격도 꼰대기질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사람사이에 예의는 지켜야 하고, 남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됨을 평가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나쁜 버릇이기도 하다) 이건 나의 성격이 문제가 있는 건지, 오랜만에 출근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일 출근할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아직은 많이 배워야 하는 단계임에도 그 배움에 대한 것에 많은 걸 요구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한심하긴 하다.


하여튼 난 내일도 출근하다. 출근하면서 아니면 퇴근까지 계속 고민할 것 같다. 

그만둘지, 계속 다닐지....

(그만두면 실업급여도 못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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