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반려견의 동물병원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반려견 동물병원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 사실 노견이거나 큰 병이 있지 않는 이상 가까운 동네 병원이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합리적인 병원 등을 다녀도 무방하다. 정기적인 미용이나 예방접종을 제외하면 병원 갈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려견이 소위 '노견'의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동물병원 선택의 기준을 다시 세워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접근성
단지 거리적인 접근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인 접근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노견을 돌보는 일, 특히 아픈 노견을 돌보는 일은 갓난아이를 돌보는 일과 같다. 대화가 불가능하니 반려견이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응급 상황 발생 시 재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들, 이왕이면 24시간 진료를 보는 소위 반려견 '2차 병원' 위주로의 이전도 고민해봐야 한다. (혹 오래 다닌 동네 병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상 상황을 대비해 집 주변의 24시간 동물병원을 미리 찾아두는 편이 좋다.)
둘째, 규모
제니는 마지막 한해를 10년 넘게 다니던 동네 일반 병원에서 인근 대형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았다. 대형 병원은 일반 병원에 비해 예약도 어렵고 진료비도 비싸다. 제니 역시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받았고, 매주 각종 약을 처방받는 데 수십만 원을 썼다. 이미 극-노견이고, 더 나아질 수도 없는 상황인데 매번 검사를 하는 것을 두고 주변에서는 '그것이 다 병원의 술수'라며 쓴소리를 했지만,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돈 좀 쓰더라도 이 편이 더 안심이 됐다. 적어도 지금 반려견의 상태가 어떠하며, 무엇 때문에 이리도 아파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의 규모가 곧 실력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폭넓은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픈 노견을 돌보는 보호자에게는 병원의 규모 역시 고려사항이다.
셋째, 보호자와의 소통
아픈 노견을 돌보고, 떠나보내는 일은 보호자에게도 큰 상흔을 남긴다. 제니가 떠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마음이 온전하지 못하다. 소통이 불가능한 반려견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지를, 끝내 아이를 떠나보내는 일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 지를 선명하게 이해하고, 무엇보다 공감해 줄 수 있는 의료진을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제니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신 의사 선생님께서는 종종 '보호자님과의 소통'을 언급하시곤 했다. 그래서인지 매번 진료를 갈 때마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돌보는 보호자의 상태도 세심하게 체크하시는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우리는 선생님께 제니를 믿고 맡길 수 있었고, 안락사라는 어려운 선택의 시점에서도 선생님과의 많은 대화 끝에 우리에게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현실적인 여건이다. 반려동물 진료비는 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대부분 고비용이며, 진료비도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게 반려견을 돌보되, 이상의 조건들을 참고하여 후회 없는 선택을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