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타일 Dec 30. 2023

내 개가 간암에 걸렸다.

2022년 6월.

내 개가 간암에 걸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너는 곧 18살, 사람 나이로 100세가 다 되었다.


지금 떠난다고 해도 무엇 하나 이상하지 않을 나이었다. 

나는 언제든 너를 보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이 자꾸 갈 길을 잃는다.

그래도 호상이라며 잔잔하다가 왜 불쌍한 아이가 이런 일을 겪냐며 억울함에 몸서리친다.

평온하지 않은 내 마음이 꼭 처음 너를 데려오던 날 같다.


그때도 나는 이렇게 갈피를 못 잡았어. 

6년 전 무더운 여름, 너의 주인은 걷지 못하게 된 너를 동물병원에 버렸다.

"알아서 처리"해달라는 말과 함께.

나는 네가 버려지는 순간을 원치 않게 봐버렸다.

그리고 며칠 후 네가 내 품에 안겨있었다.

5kg의 책임질 너를 안고 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더위를 먹어 헛된 짓을 한 걸까 여러 차례 발길을 멈췄다 돌아섰다.

감각이 없는 네 뒷다리는 내 걸음에 맞춰 흔들거렸고

너는 늘어진 빨래처럼 내게 기대어 있었어.

너는 자꾸 내 품에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짭짤할 땀을 자꾸 핥았다.

혼란스러운 나와 달리 너는 나를 완벽하게 믿고 있었다.

길을 걷다 멈추어 널 바라보면 언제나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뜨거운 햇빛 때문인지 네가 정말 나를 반짝이며 쳐다보는 건지….

나는 반짝이는 네 눈에 홀려 병원으로 돌아가던 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반짝이는 네 덕분에 나는 6년을 너와 행복했다. 

간암 판정을 받은 날도 너는 내 품에 안겨 나를 쳐다보았다.

온전히 내게 네 몸을 기대고. 


네가 간암에 걸린 후, 우리의 하루는 빼곡하게 움직인다.

너에게 4시간마다 밥을 먹이고, 대소변을 도와주고 

하루에 2번 피하 수액을 놔주면

하루는 금방 지나갔다.


정신없는 하루에 내가 받는 위로는 너에게 쓰는 편지 한 통. 

어느 날은 한 글자도 못 쓰도록 마음이 아프고 불안하고

어느 날은 여러 장이 넘어가도록 빼곡하게 너와 함께한 추억을 쓰며 웃는다. 

나는 너를 보낸 후 울기로 했다.


나는 우리의 이별을 행복하게 맞이하고 싶어.

그래서 상상했어. 

너는 해외 공연을 앞둔 유명한 스타 "미남이"

나는 너를 기다리는 팬클럽 회장.

먼 미국으로, 먼 유럽으로 공연을 가는 나만의 스타에게 보내는 팬레터처럼.

그리고 네가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


난 내가 쓴 수많은 팬레터를 너와 함께 보내줄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