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한 지 6년
6년 전, 우리는 동물병원에서 만났어.
너는 목줄을 한 채 주저앉아 어떤 사람 곁에 있었어.
12년을 함께 했다는 너의 주인은
갑자기 못 걷게 된 너를 "처리" 해달라며 병원 직원에게 목줄을 넘겼어.
직원들은 화를 냈고 네 목줄을 서로 받지 않으려고 실랑이했어.
네가 맨 목줄은 마치 마리오네트 줄처럼 움직였고,
네 목숨도 함께 들려있는 것 같았어.
병원 안에서 큰소리가 오가고 결국 병원 케이지에 가둬진 너.
미안하지만 너는 단호하게 버려졌어.
12년간 함께 했다던 주인은 너를 두고 가는데
1시간도 걸리지 않더라.
너의 주인은 잘 있으라며 너에게 작별 인사까지 건네고 병원을 나갔어.
너는 케이지 안에서 주인을 바라봤단다.
이제 못쓴다던 뒷다리는 양쪽으로 쭉 벌어져 있고 너는 앞다리만 움직여서
작은 케이지 안을 뱅글뱅글 돌았어.
너는 벽을 향해 돌아누웠어. 이제 폐기될 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뒤돌아 있는 네 모습이 서글프고 불쌍해서 자꾸 네가 있는 케이지에 손을 가져다 댔어.
거지 같은 네 상황과 별개로 너의 뒤태는 참 튼실했단다.
아이보리색과 흐린 갈색 털은 뻣뻣해 보였지만 뚱뚱한 네 뒤태가 귀여워.
'버릴 거면서 밥은 잘 먹였나 보네.‘
나는 퉁퉁한 네 엉덩이가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났단다.
'퉁퉁한 엉덩이. 토닥토닥해 주고 싶다.'
너를 만난 뒤, 이틀을 꼬박 밤을 새웠어.
'다리도 못 쓰는 아이를 내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해 봐도 자신 없더라.
나는 결심했어. 가끔 널 보러 병원에 가야지.
가끔 간식 정도 사줘야지. 절대 너를 데려오는 그 선을 넘지 말아야지.
오늘도 넌 어제처럼 케이지에 누워있었어.
서지 못하는 네 뒷다리는 오줌이 묻어 털이 노랗게 변해있었고
넌 오줌 싼 자리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었단다.
병원 직원들이 잠시 네 케이지를 정리할 동안 너는 밖에 나왔어.
‘너는 케이지에서 생을 마감하겠구나.’
여전히 180도 벌어진 뒷다리와 뚱한 표정의 너.
나는 네 앞에 간식을 놓았어.
식탐이 많은 너는 멀쩡한 앞발로 물장구를 치듯 마구 움직였잖아.
자꾸 중심을 잃고 넘어져도 간식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침을 흘렸단다.
일으켜 세워 앉혀서 제대로 먹이려 했지만 너는 계속 빙빙 돌았어.
간식을 먹는 건지 침을 흘리는 건지 앞다리 운동을 하는 건지….
너는 간식 앞에서 이성을 잃었어.
“어이. 너 이제 버려졌어. 간식이나 먹을 때가 아냐”
너는 그냥 간식이나 더 달라는 듯 앞발로 물장구질을 계속했단다.
게걸스럽게 먹는 너를 보니 생각이 더 복잡했어.
함께한 가족은 너를 버렸고 병원 사람들은 오줌똥도 못 가리는 너를 흘겨봤어.
네게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내가 아닌데, 나는 그저 네 최악의 순간을 봤을 뿐인데.
왜 너를 보며 나만 괴로워야 하는 걸까?
나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한 번 더 다짐했어.
너를 책임지지 않겠다. 가끔 간식을 주러 오겠다.
그런데 그거 알아?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간식을 먹는 너에게 손을 대었어. (이게 큰 실수였다.)
퉁퉁한 네 엉덩이에 손을 댄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