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너를 보고, 가족들은 경악했어.
엄마는 내게 미쳤다고 했고, 아빠는 돈이 넘쳐나냐며 핀잔하셨어.
부모님은 너보다 한 살 어린 "미로"라는 포메라니안을 키우셨어.
(물론 지금은 우리와 사는 미로 말이야.)
부모님은 외식하면 미로를 위해 고기 몇 점을 냅킨에 싸 오셨고,
차를 타면 언제나 아빠 옆자리 조수석은 늘 미로 차지였어.
밖에서 마주치는 다른 강아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나의 다정한 부모님….
그래서 개를 좋아하는 부모님은 내 편일 줄 알았는데….
자신의 딸 인생 가까이 온 너는 별개였어.
부모님은 내게 큰 실수를 한 거라며, 데려오지 말아야 할 아이를 데려왔다고 하셨어.
너는 부모님에게 딸의 돈을 쓸 도둑, 딸의 시간을 뺏는 짐 덩어리로 보였나 봐.
게다가 처음 너를 데려올 때, 응원해 주던 이들도 달라졌어.
네 상황이 불쌍하다며 스스로 미남이 아빠를 하겠다던 남자친구는 시간이 갈수록
너를 "그놈의 미남이"라고 불렀어.
나는 데이트 중간중간 혼자 있는 너를 홈캠으로 확인했어.
혹시 네가 넘어지진 않을까, 혼자 눌 수 없는 대소변이 마려워 힘들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거든.
남자친구는 바뀐 내 생활이 유난이라며 너를 그저 개답게 키우라고 했어.
결국 나는 "그놈의 미남이"와 잘 살기 위해 그와 헤어졌어.
좋은 일을 했다던 친구들도 연락이 뜸해졌어.
너를 두고 장시간 외출이 힘든 내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수타일아, 나는 잘 모르겠어. 네가 왜 이렇게 지내야 해?"
라며 걱정과 아주 약간의 비난을 했어.
그리고 친구들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어.
친구들은 이번에 오른 몇천의 연봉, 서울 집값이 몇억 오른 이야기를 했고
내 머릿속은 이번 달 네 병원비 사십만 원, 사료 이만 육천 원, 간식비 이만 원이 떠올랐거든.
우리는 서로 다른 숫자 이야기를 했단다.
서로 어색한 자리였어.
시계를 보니 네 오줌을 짜야할 시간이 다가와서 나는 그 자리를 나왔단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돌아온 우리 보금자리.
너는 오늘도 앞발을 흔들며 내게 다가와 짖었어.
오줌을 누고, 밥도 먹은 너는 내 품에서 또 눈을 반짝이고 나를 쳐다봐.
1000, 65 원룸에 사는 33세 알바생과 13세 절뚝이 개.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아.
우리는 꽤 완벽하잖아.
흥. 6평 원룸에 들어오는 따스함도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