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타일 Jan 18. 2024

미남이시네요.


미남아.

나는 너를 데려온 뒤, 새 이름을 짓기로 했어.

널 버린 주인이 지은 이름 따윈 부르고 싶지 않았거든.


너는 네 이름이 왜 미남인지 아니?

사실 이유는 단순해.

사람들이 너를 보고 못생겼다고 해서야.

정확하게 못생겼다는 아니고

"어머 얘는…. 얘는…. 귀엽네!"

아니, 귀엽다고 말하는 데 그렇게 시간 걸릴 일이야?

게다가 네가 버려진 병원 직원들은 널 못난이라고 불렀고

내 친구 M씨도 널 보자마자

"얘는 왜 이렇게 꼬질꼬질해?"라고 했어.



그래 인정해. 사실 나도 처음 널 봤을 때 네가 못생겼다고 생각했어.

피부병이 심해서 군데군데 털이 빠져있고, 눈 밑에는 왕사마귀가 있었어.

치석이 껴서 샛 노란 치아에,  눈 밑이 벌겋게 부어서 다크서클처럼 보였단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 한쪽 귀는 잘려있었어. (네 전 주인은 꼭 벌 받을 거야.)

나는 꼬질꼬질한 너를 사랑받는 애로 바꾸고 싶었어.


그래. 돈을 쓰자. 돈을 쓰면 돼. 돈 쓰면 다 돼….

우선 피부병 치료, 스케일링, 왕사마귀 제거를 위해 널 병원에 데려갔어.

"강아지 이름이 뭔가요?" 접수하는 간호사가 내게 물었어.

"미남이요"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어.

"네? 보호자님.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잘생겼다 할 때 미남이요!!!" 이번에는 큰소리로 대답했어.

"아~ 미남이구나. 아이가 귀엽네요."

"안 귀엽고 잘생겼습니다! 미남입니다!"

간호사가 볼 때, 약간 제정신 아닌 보호자 같았겠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갑자기 정한 이름치고 찰떡이야.

후보 중에 왕자, 부자, 사랑이 여러 가지 있었지만, 미남이가 딱 네 이름이야.


지금 너를 봐.

왕사마귀를 제거하고 매끈해진 얼굴, 피부병이 낫고, 자란 윤기 나는 아이보리색 털과 흐린 갈색 털의 컬래버레이션,

하얗고 반듯한 쌀알 크기 치아까지….

이렇게 예쁜데 누가 너 보고 못생겼대!  넌 이제 누가 봐도 미남이야.




종종 내 친구 M 씨와 너를 데리고 산책 갈 때, 길에서 다른 개(특히 시츄)를 만나면 M 씨는 매번 똑같은 말을 해.

"야, 우리 미남이가 제일 예쁜 거 같아"

나도 다른 강아지를 슬쩍 보고,  M 씨에게 격하게 공감해.

맞아. 나도 네가 제일 예쁜 거 같아. 너는 내가 본 강아지 중 제일 미남이야.

그런데 방금 지나간 보호자도 자기 개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겠지?


아닌데…. 이거 콩깍지 아닌데…. 미남이 네가 제일 잘생겼는데….


이전 03화 무수리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