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기분 좋은 날이 있지?
가끔 너도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살랑" 흔들잖아.
나도 너처럼 유독 기분 좋은 날이 있어.
바로 너 없이 외출하는 2, 3시간.
너도 알다시피 내 근무 시간을 제외하고, 우리는 종일 같이 있잖아.
그래서 네게 미안하지만 나는 네가 잘 때, 혼자 나온 외출을 좋아해.
아침 일찍 네 밥을 먹이고, 개모차로 너와 함께 산책을 다녀와.
집에 돌아와서 대소변도 해결하면 너는 만족스러운지 슬슬 졸기 시작해.
그럼 나는 조용하게, 발뒤꿈치를 들고 밖으로 나와.
가방도 없이 휴대폰만 주머니에 넣고, 오늘은 어디 갈지 고민해.
'근처 공원을 갈까? 카페 갈까? 아니면 서점?'
혼자 즐기는 짧은 시간에 뭘 해야 효율적 일지, 고민하는데 그 시간조차 신나.
오늘은 카페에 가야겠다!
카페에서 따뜻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카페에 비치된 책을 읽었어.
웬일이야, 오늘 책도 잘 읽혀!!
책을 읽다가 문득 홈캠으로 널 보면 여전히 잘 자더라.
한 3시간쯤 지났나, 다시 홈캠을 보는데 네가 안 보이고, "낑낑"거리는 소리만 들렸어.
달콤한 자유를 끝내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왔어.
현관문을 열었더니, 역시 네가 거실로 나와 있었어.
나를 찾아 방에서 현관까지 기어 왔을 너를 생각하니 미안했어.
"어이구 우리 미남이~ 혼자 있어서 놀랐어?"
물컹.
응? 지금 내 발이 뭔가 뜨끈하고, 축축한 흙 같은 걸 밟은 거 같은데?
거실 바로 앞은 네가 갓 생산한 똥이었어. 나는 짠해 보인 너만 보다 실수로 밟고 말았어.
게다가 똥만 있는 게 아니네. 자세히 보니까 거실에 노란색 물이 거실에서 방까지 쭉 이어져 있었어.
이야~방부터 거실까지 오줌을 누면서 나온 거야?
이 정도면 몸에 오줌이 한 방울도 안 남았겠어.
오늘 좀 늦게 왔다고 제대로 애먹이로 작정한 거야?
나는 네가 만든 오줌 지도를 피해서 까치발을 하고, 우선 너를 안고, 화장실로 갔어.
너를 씻기는 동안 나는 청소 생각에 한숨이 나오는데, 너는 또 꼬리를 "살랑".
좋아? 사고 치고 그냥 막 좋아?
목욕이 끝난 뒤, 나는 네 밥부터 먹였어.
저렇게 긴 오줌 지도 그리려면 체력 소모가 좀 컸겠어.
배도 부르고 목욕도 한 너는 다시 노곤한 지 졸더라.
그래서 널 침대에 눕히고, 나는 네가 그린 지도를 치우러 갔어.
다시 봐도, 대단하다 우리 미남이.
오줌을 대충 배변 패드로 흡수시키고, 남은 잔여물은 휴지로 닦았어.
그 후, 소독제를 뿌리고, 소독 티슈로 한 번 더 닦은 뒤 마른걸레질.
그 과정을 계속 반복했어.
흡수시키고 소독제 뿌리고, 닦고, 걸레질. 흡수시키고 소독제 뿌리고, 닦고, 걸레질.
진심으로 버피 테스트 100개보다 힘들었어.
거의 다 끝날 무렵, 네가 짖기 시작했어.
이번에는 왜 또 부르시나 갔더니….
아, 네 속에 아직 남은 오줌이 있었구나???
아, 아까 침대에 방수 패드 까는 걸 잊었네??
아, 침대 매트리스 올해 산 건데???
올 초에 산 신선한 침대 매트리스에 그보다 더 신선한 네 오줌 자국이 진하게 남았어.
휴…. 오늘 기분 좋았는데…. 운수 좋은 날이었는데….
오늘도 내 손에는 냄새나는 휴지와 소독 티슈가 들려있어.
가끔은 네 똥을 밟은 발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