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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Mar 28. 2024

안 아프면 좋겠는데...

끄으르르르르...왕!

오늘도 넌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로 짖네.

트림하는 건지, 짖는 건지. 아무튼 네 짖는 소리는 이상한데 귀여워.     

나는 문득 허공을 보고 짖는 네 얼굴 앞에 손을 흔들었어.

네 한쪽 눈은 내 손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계속 허공을 보는구나.

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는 무척 속상해.     


너는 작년에 한쪽 눈 시력을 잃었어.

미안해. 내 탓이야. 그날 병원에 맡기지 말걸….     



그날은 내가 일 때문에 너를 호텔에 맡긴 날이었어.

아마 너를 병원에 맡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어.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


병원 번호를 본 순간, 나는 마음이 철렁했어.

병원 맡겼는데 전화가 왔다면 둘 중 하나잖아.

나쁜 일이거나, 급한 일이거나.

전화를 받자마자 "미남이 무슨 일 있어요?" 물었어. 

    

간호사가 울고 있었어.

"죄송해요. 보호자님. 제가요…. 잘못해서요. 미남이를 제가요…."

전화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갔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네 얼굴은 혹이 나고, 눈은 빨갛게 피가 맺혀있었어.

간호사와 수의사는 내게 무언가 설명하려고 했지만 난 우선 너를 데려와 안았단다.

너는 코를 킁킁거리다가 내 품이라는 걸 알고 안심했는지 입으로 "푸…. 푸" 소리를 내다가

끙끙거리기 시작했어.          


수의사는 내게 상황을 말했어.

새로 온 간호사가 네 기저귀를 갈겠다고 너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고 했어.

그리고 잠시 새 기저귀를 가지러 간 사이, 혼자 중심을 못 잡은 네가 떨어졌다고 했어.

나는 당장 간호사 멱살을 잡아 바닥에 내던지고 싶었어.     

왜 걷지 못하는 아이를, 왜 혼자 중심 못 잡는 아이를

왜 높은 곳에 두고 자리를 비웠는지.

새 기저귀가 없으면 다시 안전하게 장에 아이를 두고 새 기저귀를 가지러 갔어야 한다고

다 따지고 싶었어.     

수의사는 다친 눈과 머리 치료비는 무.료.라고 말했어.


나는 그 말에 더 화가 났단다.

돈 필요 없으니까 다시 네 눈 보이게 해달라고 소리를 질렀어.     

계속 너는 낑낑거리고 있었고, 나는 우선 집으로 가기로 했어.

집으로 오는 차에서 나는 분노, 슬픔, 미안함, 죄책감이 한꺼번에 몰려왔어.

그리고 내 품에서 여전히 낑낑거리며 우는 네게 너무 미안하고 속상했어. 

    

벌써 1년이 다 된 일이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손이 떨려.

예전부터 네가 산책할 때, 다른 개들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해서 속상했거든.

그때마다 그래도 개모차 안에서 밖을 보며 두리번거리고, 냄새를 맡는 네 모습에

눈이랑 코는 안 아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아픈 네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나는 정말 노력하고 있는데….     




요즘 야윈 네 몸에 상처가 많이 보여.

근육이 다 빠진 얇은 뒷다리, 쓸려서 자꾸 생기는 엉덩이 상처, 

허공을 보는 회색이 된 눈.

그리고 배에 만져지는 딱딱한 네 간 종양까지….     


미안해 정말.

미남아. 네 몸 다친 곳 어디를 둘러봐도 네 탓으로 다친 상처는 없어.

너를 버린 전 주인, 널 신경 쓰지 않은 간호사, 그리고 병원에 맡긴 나까지….

널 제외한 모두의 잘못이야. 


그러니까 너는 아프지 마.

몸도 아프지 말고, 마음은 더 아프지 마.

나는 네가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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