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퇴원하는 날, 간호사가 M씨와 내게 말했어.
"미남이는 배고플 때 빼고, 조용했어요. 아주 얌전해요."
얌전…? 네가 얌전하다고…?
M씨랑 나는 서로 쳐다봤어.
심심하면 짖는 네가 얌전하다니….
사실 너처럼 말 많은 애한테 얌전이나 조용은 좀 안 어울리잖아.
뭐, 귀엽다거나 사랑스럽지만 사납고,
좀 싸가지 없는, 뭐 그게 미남이 너잖아.
우리는 너와 병원을 나와 차에 탔어.
"으르르르...끄와!! 끄왕!"
어휴, 차에 타자마자 너는 짖기 시작했어.
코를 찡끗거리며 으르렁대고, 밀린 짜증을 냈잖아.
병원에 혼자 남은 게 억울한지, 수액 맞아서 화가 났는지 너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짖었어.
30분 동안 내내 내게 호통치듯 짖었어.
어휴, 화도 많아. 우리 집 시츄.
다른 집 시츄는 다 순하다던데…. 우리 집 시츄는 어찌 이렇게 사나우신지….
사납기만 하면 다행이지, 너 진~짜 까탈스러운 거 알지?
너는 개모차에 자리가 불편해도, 모르는 사람이 집에 와도,
나랑 M씨 둘 중 한 명이 외출해도 화를 내.
특히 M씨나 내가 외출한 날은 종일 "끄으끄으" 소리를 내며 짖어.
가끔은 너의 행복한 모습보다 화내는 모습을 더 자주 본 거 같아서 속상해.
M씨도 네 화내는 모습이 서운할 때가 있다고 했어.
"저번에 나랑 미남이만 병원에 갔을 때, 다른 개가 진료 끝나니까 보호자한테 막 달려가더라.
꼬리를 흔들면서 안아달라고 점프하는 거야. 개뿐만이 아냐.
다른 개들도 보호자를 보면 반갑다고 난리를 치더라고. 미남이 얘만 빼고."
"미남이는 너 보고 어땠는데? 반가워해?"
"뭘 반가워해. 맨날 뚱한 표정이지. 간호사가 주사 다 맞았다고 미남이를 건내줬는데
표정이 똑같았어. 뚱해. 그래서 좀 서운하더라. 아직 내가 가족인지 모르나 싶고."
M씨의 말에 나는 네가 우리와 몇 년째 같이 살았지만,
아직 적개심이 남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얼마 전, 본가에 갔을 때 네가 우리에게만 사나운 이유를 찾았어.
본가에서 너랑 누워있는데, 거실에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나가보니 미로였어.
아닌데, 미로는 늘 조용하고, 얌전한데….
미로는 코를 찡끗거리며 엄마를 향해 계속 짖었어.
우렁찬 목소리로 짖는 미로를 보고, 엄마는 혼내기는커녕 웃으셨어.
그리고 익숙한 듯 냉장고에서 미로 간식을 꺼내셨어.
"미로, 너는 내가 네 밥이지? 나만 보면 짖고, 밖에서는 착한 척하고. 여우야"
유레카!
아, 미로는 엄마가 제일 편하구나.
그래서 미로에게 엄마는 화내도 되는 사람이구나.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에 나도 엄마가 아침에 깨우면 왜 이제 깨웠냐고,
엄마 때문에 지각했다고 짜증을 내곤 했어.
그때 나도 엄마가 제일 편했거든.
그래.
미로는 엄마가,
너는 나와 M씨가 화내도 되는 사람이구나.
이유를 알고 나니 네가 우리에게만 화내준 게 새삼 고마워.
우리는 너한테 그런 사람이잖아.
그래. 그러니까 우리한테 더 짜증 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