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타일 Apr 11. 2024

나는 안돼. 나는 안돼.


아침에 동물병원에서 네가 아침도 잘 먹고, 약도 잘 먹었다는 연락을 받았어.

전화를 끊은 뒤, 오늘이 며칠째인지 세어보니 벌써 2일이 되어가네.

너를 병원 호텔에 맡긴 날 말이야.     

에고…. 미안해라….


며칠 전, 나는 갑자기 위가 아프고, 속이 안 좋아서 계속 토를 했어.

그리고 열도 나기 시작해서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단다.

M 씨까지 내게 옮아서 둘 다 호되게 앓아누웠어.

결국 둘 다 너를 돌볼 수 없어서 널 동물병원 호텔에 맡겼어.  

미안해. 네가 아픈 뒤, 호텔에 맡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사실 네가 아프기 전에 가끔 호텔에 맡겼었어.

긴 시간 외출해야 하거나, M 씨와 내가 둘 다 집에 없는 날은

너를 혼자 둘 수 없잖아.

그래서 그때마다 병원 호텔에 너를 맡겼단다.


그런데 걷지 못하는 개에 대해 잘 모르는지 네가 호텔에 다녀오면 엉덩이가 끌려서

짓무르거나 다리가 헐어있었어.     

그 후로 우리는 호텔에 맡기지 않는다고 다짐했는데...

이번에 또 맡기고 말았어.


너를 병원에 맡기고, 둘 다 아픈 배를 잡고 누워있었어.

누워있는 M 씨가 말했어.     


"미남이 말이야. 

이번에 배 만져보니까 이제는 배에 간종양이 만져지더라.

더 커진 거 같아."

"응. 나도 오줌 짤 때 배에 딱딱하게 느껴지더라. 이제 배 아래쪽까지 커졌더라."     

"야, 우리는 배만 아파도 이렇게 힘든데 걔는 간종양이 그렇게 크면 매일 아플 거야."     

"아프지. 밥을 먹어도 소화도 잘 안될 거야. 요즘 짖는 거 아파서 그러나?"     

"병원에서 잘 봐주려나?"     

"..."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M 씨와 나는 몸을 일으켰어.     


대화하면서 우리는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단다.     

빨리 너를 데리러 가야겠다며 옷을 챙겨 입었어.     

너를 데려오기 전, 나는 내 병원 먼저 들를 거야.

그래서 오늘은 무조건 빨리 낫는 주사라도 놔달라고 할 생각이야.

밥도 맛있고 영양 있는 걸 먹어야지.     


그래. 나는 아프면 안 돼.

네가 가기 전까지 나는 아프면 안 돼. 


간호사 선생님이 안으면 잠든 척하는 미남이.



이전 16화 더 화내도 좋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