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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Apr 25. 2024

다시 새집으로.

미안. 요즘 혼자 있느라 심심했지?      

이사 준비 때문에 바빴어.     

맞아. 우리 또 이사 가야 해. 벌써 너와 함께하는 4번째 이사야.     

      

기억나니? 처음 우리가 같이 살던 지하 단칸방.

창문으로 지나가는 사람 발이 보이면 네가 떨면서 많이 짖었잖아.     

두 번째 원룸은 화재경보기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서 너를 데리고 여러 번 뛰쳐나갔어.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옥탑방은 어떻고.      

여름이면 벌레 천지, 겨울이면 계단이 얼어서 꼼짝없이 집에 갇혀있었잖아.               

그리고 지금까지 살던 M씨의 투룸까지...     


사실 이 집은 너와 나, 둘만의 추억이 많아.     

아침잠이 없는 내가 일찍 산책 준비를 하면 너도 M씨 품에서 고개를 쭉 내밀고,      

데려가란 듯이 나를 쳐다봤잖아.     

M씨와 미로가 자는 동안, 나는 너를 개모차에 태워 여의도 공원으로 갔단다.     


나는 매일 아침, 우리 둘만의 산책을 좋아했어.

봄이면 개나리가 피고, 개나리가 질 때쯤 벚꽃은 만개했어.

벚꽃이 지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집 근처 과일가게를 꼭 들렀어.

가을이 오면 과일가게에서 네가 좋아하는 군고구마를 파니까.

네가 좋아하는 딸기도 사고, 군고구마도 사서 너랑 한입씩 나눠 먹다 보면

어느새 우리 둘 다 배가 볼록해서 집에 돌아왔잖아.     

꽃이 예쁜 공원, 신선한 과일을 파는 과일가게, 군고구마 아저씨까지…


이 동네에 네가 좋아하는 게 참 많은데 다시 이사해야 해서 조금 서운해.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집주인이 바뀌었는데, 새로운 집주인은 개를 싫어한다네.


사실 서울에서 너와 함께 살 집을 구하는 게 쉽지는 않아.          

처음 공인중개사에게 상담할 때 제일 중요한 조건을 말했어.

"반려동물 가능한 곳"

내 첫마디에 공인중개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어.

"손님도 아시겠지만, 서울에 개 키울 수 있는 집이 많지 않아요. 보여드릴 집이 몇 군데 없어요."  

        

그래도 이미 너와 함께 집 구하는 데 도가 튼 우리는 원하는 조건을 쭉 말했어.

"보증금은 OOO 원까지 가능해요. 집이 좋으면 조금 더 올라도 괜찮아요.

반려동물 가능하고, 지하는 안 됩니다.

엘리베이터가 있고, 산 중턱이나 경사진 오르막 근처 집은 안 됩니다.

채광까지 좋으면 더 좋고요."     


까다로운 조건인 거 알아.

그래도 집에 오래 머무는 너와 미로를 생각하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걸…

주변보다 보증금을 높게 말했지만 쉽지 않더라.     

그래서 우리는 조건을 낮추고, 우선 반려동물 가능한 집은 다 봤단다.

언덕 위 옥탑방부터, 방이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집, 직장과 1시간 이상 더 떨어지는 곳까지….

지난 한 달 동안 나랑 M씨는 적어도 20곳 이상 집을 보고, 도시까지 옮겨서 집을 알아봤어.     


미남아, 결국 우리 집을 찾았어.

네가 좋아하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거실이 있고, 근처에 24시 동물병원이 있어.

게다가 평지라서 널 태우고, 개모차 끌기도 좋아.     

어서 새로운 동네로 가고 싶어.

매일 아침, 너와 산책할 곳을 찾아봐야지.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고구마나 딸기를 파는 과일가게도 찾아보자.     

새 동네에도 네가 좋아하는 게 많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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