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간암에 걸린 뒤, 매월 1일은 너와 나, M씨 모두에게 바쁜 날이야.
너는 혈액검사, 간 초음파 검사를 하고 간수액을 맞아야 하고,
그동안 나는 한 달 치 약을 처방받아.
쿠싱약부터 심장약, 간약, 비상약까지 모두 120 봉지를
하나하나 세어보고, 종류를 확인해.
M씨는 수의사와 면담.
"미남이는 간 수치가 더 올랐어요. 추가 간 약을 처방했습니다.
수액은 매주 2번은 꼭 오셔야 해요."
M씨가 설명을 듣는 동안, 너는 M씨 품에서 수액을 맞으며 하품하고 있어.
수의사는 몇 가지 수액을 우리에게 보여줬어.
"일반 수액은 전해질 조절해 주는 효과만 있고, 간 수액은 간에 필요한 앰풀이 함께 들어있어요.
그리고 진통제는 어떻게 할까요? 예전에 나온 진통제는 저렴한데 양이 많고, 매우 써요.
최근에 나온 건 양도 적고, 덜 쓰지만, 가격이 두 배는 더 비싸요."
약 종류를 알려줬지만 이미 M씨 눈은 더 좋은 수액에 향해있어.
나는 약 봉투를 세면서 진료실 목소리에 들으며 오늘도 치료비가 꽤 나올 거라 확신해.
그리고 똑같은 통장 잔액을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단다.
네 수액 처지가 끝나고, 이제 집에 갈 시간.
간호사는 끝없는 영수증을 우리에게 내밀었어.
끝없이 긴 영수증은 내가 모르는 내용으로 가득해.
재진 비에, 특수 약물 비에, 처치비 등등….
나는 모르는 내용을 넘겨 두고, 맨 아래 줄 진료비 총액으로 봤어.
와…. 진짜 와…. 나는 병원 가서 만원이면 주사까지 맞는데, 너는 오늘도…. 와….
0이 몇 개인지 세는데, 가슴이 막 뛰더라.
역시 네 영수증만큼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건 없어.
휴대폰을 켜서 통장마다 잔액을 모으고 있었는데, M씨가 카드를 내밀며 말했어.
"그리고 아까 선생님이 간에 좋은 영양제, 새로 나왔다는 것도 같이 결제해 주세요."
간호사가 영양제를 가져와서 먹이는 방법을 설명했어.
M씨는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슬쩍 영양제 통을 살펴봤어.
"소비자가 200,000"
눈을 여러 번 깜빡여도, 손가락으로 개수를 세봐도 0이 다섯 개야.
간호사는 20만 원짜리 영양제가 추가된 영수증을 다시 M씨에게 건넸어.
"... 오늘은 3개월 할부해 주세요."
네 간암 투병 1년 6개월, 할부는 대출 같아서 싫다던 M씨가 결국 할부를 선택했어.
돌아오는 차에서 내가 돈을 갚겠다고 했더니 M씨가 말했어.
"내가 야간 당직 더 서면 돼. 너는 일 그만두고, 미남이 케어 좀 부탁할게."
운전하는 M씨 옷에 보풀이 가득했어.
내가 알던, 그러니까 우리와 같이 살기 전, M씨는 여유로운 의사였어.
계절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톰보이 브랜드의 옷을 사고, 해외여행을 좋아했어.
그런데 너를 사랑하게 된 후로, 네가 아픈 후로
버는 족족 네 병원비에 몰방했어.
고가의 간 영양제부터, 매달 몇백만 원의 치료비까지….
M씨는 이제 예전에 산 톰보이 브랜드 옷을 교복처럼 입고, 여권을 깊숙한 서랍에 넣어뒀어.
그리고 나는 네가 아픈 후로, M씨에게 미안하지만 일을 그만두었어.
정말 네가 몇 달 뒤에 떠난다면, 몇 달만 너와 온종일 함께 하고 싶어.
너와 24시간을 함께하는 요즘. 나는 직장인일 때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어.
하루 6번 네 밥을 준비하고, 2시간마다 네 대소변을 짜.
그리고 10가지쯤 되는 약을 따로 표시해서 정리하고,
아침, 저녁 피하 수액은 눈 감고도 놓을 수 있어.
밥과 약이 끝나면 너와 미로를 번갈아 가며 산책을 시켜.
그러면 하루가 끝나.
어이, 시한부 상전 덩어리.
너 때문에 M씨는 벌어도 벌어도 가난한 거지 의사가, 나는 일도 안 다니는데 너무 바쁜 백수가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