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아, 너와 산 지 벌써 6년이 흘렀어.
너를 데려올 때, 난 30대 초반이었는데 벌써 40대가 코 앞이고,
너는 12살이었는데 벌써 18살.
노견 중에서도 잘 모셔야 하는 상노견이 되었어.
처음 재활하면서 가끔 걷던 네 뒷다리는 이제 근육까지 다 빠지고, 감각도 사라졌어.
게다가 앞다리조차 굳어서 이제는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어.
우리 함께 한 6년, 별일 다 있었는데…. 그치?
온 가족 함께 너를 데리고 남이섬으로 떠난 첫 여행,
너를 싫어하던 M 씨가 이젠 너 없으면 못 사는 팔불출이 된 일,
네가 수의사 선생님을 물어서 사과하다가 나와 수의사가 친구가 된 일.
너를 버린 전 주인과 마트에서 마주친 일,
그리고 작년 6월, 네게 생긴 문제까지….
작년 6월은 내게 가장 슬프고, 불행하고, 무서웠던 날이었어.
바로 네가 간암 선고받은 날.
그날, 나와 M 씨는 여느 때와 같이 너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어.
심장 검사를 하는 날이었거든.
평소처럼 네 덕분에 친해진 수의사와 이야기했어.
"미남이는 시간 맞춰서 밥 달라고 해요. 조금만 늦어도 화내요. 딱 시간을 아는 거 같아요."
매번 내가 하는 네 자랑을 수의사는 오늘도 웃으며 열심히 들어줬단다.
그런데 오늘은 생각보다 진료 시간이 길었어.
나랑 M 씨는 여전히 흥얼거리며 네 발을 만지고, 네 얼굴을 비비고 놀았어.
수의사가 우리를 불렀어.
진료실로 들어간 뒤, 나는 보통 일이 아니란 걸 직감했어.
무거운 표정으로 수의사는 말했어.
"간암이에요. 악성 같아요. 다른 선생님과 같이 살펴봤는데 수술은 힘들어요.
보호자님, 죄송하지만 미남이 6개월 정도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나는 무슨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은 것처럼 아무 말도 못 했고,
M 씨는 초음파를 직접 보고 싶다고 부탁했어.
초음파 결과를 재차 확인한 M 씨가 진료실을 나왔어.
나는 수의사가 오진했길 바라며 M 씨를 쳐다봤지만,
M 씨는 너를 안고 그저 울었어.
너는 길어진 진료로 배가 고프다며 짖었어.
집으로 가는 길, 한참 울던 M 씨가 말했어.
"미남이는 나이가 많아서 암 진행 속도도 느릴 수 있어. 6개월 안에 그렇게 안 갈 거야."
나도 고개를 끄덕였어.
"맞아. 우리 할머니도 자궁암 말기였는데 10년을 더 사셨어. 미남이가 죽긴 왜 죽어."
서로 마음을 굳게 먹자고, 단단해지자고 다짐했어.
왜냐하면 우리 둘 다 너의 엄마니까.
다음 날부터 바로 네 치료를 시작했어.
매일 아침, 저녁으로 피하 수액 주사를 맞고, 평소 먹던 심장약과 쿠싱 약 외에
간 약이 추가되었어.
간 영양제까지 더 하면 너는 하루 2번, 5알이 넘는 약을 매일 먹어야 했어.
그리고 일주일에 2번은 병원에서 간 영양수액도 맞아야 했어.
치료로 달라진 너의 하루처럼 나와 M 씨의 일상도 완전히 달라졌어.
침대, 소파가 제일 좋다던 게으른 M 씨는 매일 바쁜 사람이 되었어.
퇴근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너, 나, 미로를 데리고 산책하러 가잖아.
네가 안 아플 때, 못 놀아줬다면서 자주 후회하고, 자주 미안해하고 있어.
게다가 아무리 피곤해도 네 병원만큼은 꼭 함께 가고 있어.
나는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울었어.
그러다 문득 네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단다.
온종일 너와 함께 있지만, 네게 못다 한 말이나 너와 즐거웠던 일을 편지로 전할까 해.
그리고 언젠가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그때,
네게 내 사랑이 가득 든 이 편지들을 주고 싶어.
(천국에는 사람 말을 강아지 말로 통역해 주는 존재도 있을 거야.)
계속 악화되는 네 간 수치를 보며 나와
M 씨는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어.
네가 좋아하는 딸기를 사러 웃으며 나갔다가 울며 돌아오기도 하고,
당장 내일 네가 떠날까 봐 불안해서 통곡하다가
네가 밥 달라며 짖는 모습이 귀여워서
또 웃음이 나.
미남아, 아직 나랑은 6년밖에 안 살았잖아.
나한테는 네가 아직 6살 강아지인데, 벌써 가면 나 너무 속상해.
그러니까 올해부터는 안 늙으면 안 될까? 암도 천천히 자라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