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8시간 만에 수술실에서 나왔다.
마취가 풀리자, 온몸이 아프고 오한이 들었다.
이불을 아무리 덮어도 머리카락이 삐쭉 설 만큼 추웠다.
햄스트링이 끊어져도 조용하던 내가 수술 후, 처음으로 울음을 터트렸다.
말이 수술이지, 팔, 다리 피부를 자르고, 칼로 꿰맸으니 아픈 게 당연했다.
이틀 내내 누워 지냈다.
발가락만 움직여도 허벅지까지 찌릿했고, 겨우 고개만 돌리고, 눈만 깜빡였다.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순식간에 사라진 2천만 원과
사라지지 않는 통증.
(그런데 왜 또 배는 고픈가….)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울다, 걱정하다, 배고프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2주가 지났다.
드디어 실밥을 풀었다.
처음 흉터를 보고, 솔직히 나도 놀랐다.
각각 팔꿈치와 무릎까지 내려온 흉터는 어떻게 해도 가리기 어려워 보였다.
'반팔, 반바지는 힘들려나….'
그런데 팔, 다리를 휘적거려 보니 피부가 안 따갑다.
더는 허벅지끼리 붙지도 않고, 겨드랑이도 몸에 쓸리지 않는다.
그래. 피부는 난도질당했지만, 기분이 꽤 좋다.
수술은 만족했으니 남은 건 오직 하나.
주변의 시선이다.
나는 정면승부를 결심했다.
반팔과 반바지를 꺼내 입었다.
제일 먼저 부모님.
호적에서 파겠다며 소리를 지르셨지만, 이미 한 수술 어쩔 도리가 있나….
다음은 이웃들.
나를 아는 이웃은 열이면 열, 팔이 왜 그러냐며 나를 불러 세웠다.
"살을 뺐는데 처진 살이 자꾸 짓물러서요. 수술했어요."
사람들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운동을 하면 피부가 다 붙을 텐데…. 아이고…."
"아니에요. 의사가 어렵다고 했어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뒤통수에 들리는 쯧쯧 소리를 무시하고, 나는 더 이상 쓸리지 않는 팔을 힘차게 휘적거리며 걸었다.
한동안 엄마는 내가 외출할 때마다 긴팔 카디건을 건네셨고,
나는 카디건을 가방에 넣고, 나시 원피스를 입고 다녔다.
튼살도, 수술 흉터도 모두 내 몸에 남은 흔적이다.
열심히 살을 빼기 위해, 더 건강해지기 위해 생긴 내 몸의 훈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