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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May 12. 2024

처진 살도 다시 보자. 1편.

의사 말이 맞았다. 다이어트약을 끊자마자 식욕이 몰려왔다.

'내가 어떻게 뺀 살인데….'

이를 물고 참았지만, 어느새 내 입에는 달디 달디달디단 밤양갱….     


요요가 기어코 왔다.

20kg이 금세 쪘다. 

살은 쪘다가 빠지고 빠졌다가 다시 찌기를 반복했다.

그랬더니 이제 피부가 말썽이다.

소 혀처럼 피부가 늘어졌다.     


여러 운동 전문가를 찾아갔다.

누군가는 근력운동을 더 세게 하라고 했고, 

누군가는 1 rm으로 순간 근력을 높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사공이 많으니 배는 갈피를 못 잡았다.

많은 사공의 조언을 다 따라 했지만 이미 늘어진 피부는 돌이킬 수 없었다. 

         

나는 문득 전신 성형을 해주던 TV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처진 살 수술 명의도 나왔는데?'     

나는 당장 병원을 찾아 상담 예약을 잡았다.

의사는 내 피부 여기저기를 살폈다.

" 체중 감량을 많이 하셨나 보네요."     

의사가 말했다.     

"수타일씨는 배, 허벅지, 팔까지

피부 처짐이 아주 심해요.

여름에 피부가 짓무르죠?

땀띠도 나고요."     


나는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내가 처진 살이 신경 쓰이는 큰 이유,

가장 힘든 점은 바로 피부 짓무름이다.

특히 더운 여름, 피부 마찰이 심해서

자꾸 짓무르고 심하면 화상을 입었다.     


"사람마다 피부 탄력이 달라요.

어떤 사람은 수타일씨보다 더 빼도

탄탄하고, 어떤 사람은 

10킬로만 빼도 축 처질 때가 있어요.

어쨌든 이미 늘어난 피부는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상담 내내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수술이 하고 싶었다.     

수술하면 반팔과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

수술하면 여름내 바르던 비판텐 연고에서 해방이다.     

뽀송해진 피부를 상상하면 즐거웠지만 나는 고민해 보겠다며 병원 문 앞을 뱅뱅 돌았다. 

    


마음은 수술인데, 남은 걱정 몇 가지.

첫째, 2천만 원이 넘는 수술비.

비싸지만 적금통장 있다. 패스.     

둘째, 팔과 배, 허벅지에 생기는 60센티미터의 긴 흉터.

이미 내 몸은 튼살과 지방흡입 흉터 천지다.

흉터보다 땀띠로 생긴 피딱지가 더 흉하다. 

이것도 패스.     


마지막으로 주변의 시선….

딸 몸에 일자로 그인 흉터가 생기니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하실 테고,

사람들은 130kg의 나를 보듯 다시 수군댈 게 분명했다.     

병원 앞에는 벌써 반 팔 입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이제 곧 여름이다.

팔, 다리가 가려워서 잠 못 이루던 작년 여름이 떠올랐다.     


나는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내 인생 통틀어 가장 비싸고, 

오롯이 나만 생각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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