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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Apr 28. 2024

먹으면 복이 와요.

음식 주문 앱을 켰다.

그동안 찜해둔 음식을 모두 주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초밥.

이제 초밥 위 생선만 빼서 먹지 않아도 된다.

달콤한 밥까지 한입에 넣고 먹었다.     


간장게장.

짜다고 붓는다고 못 먹던 간장게장.

게딱지에 있는 알을 모아 밥 위에 올렸다.

(잡곡밥 말고 100% 흰쌀밥)     


31가지 맛 아이스크림.

오늘부터 종류별로 다 먹는다.     


닭가슴살 꺼지시고, 양념치킨 어서 오세요.     


통통해진 배를 두들기고 있자니 슬슬 불안했다.

'화장실로 갈까? 헬스장을 갈까?'     

이럴 때, 중요한 건 뭐?

체중계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거다!!     


매일 나를 뜨끔하게 만드는 체중계와 비린 맛이 아찔한 단백질 파우더도 버렸다.

    



세상에서 이렇게 통쾌한 날이 있었던가!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통쾌했고, 신이 났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몇 주가 흘렀다.     

행복해진 나와 달리 주변은 슬슬 시끄러웠다.          

상사는 "수타일씨, 요즘 다시 살이 찌는 거 같은데~?" 말했고,     

나는  "올해 목표가 초심으로 돌아가기라서요. 저는 초심으로 130kg 돌아가려고요."     

라며 그를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 나를 걱정하는 척, 은근히 멕이는 여직원 또한

 "얼굴이 부은 거 같은데? 어디 아파?" 라며     

나를 또 멕이려고 다가오길래

"언니, 오늘 향수 별로다. 곰팡이 냄새 같아." 라며 똑같이 멕였다.

         


더는 남이 하는 허튼소리를 참지 않다.     

더는 나를 버리지 않다.     


뚱뚱해도 나만 행복하면 됐다.

내가 행복하면 된다.     


그랬더니 상처받고 간장 종지만큼 작았던 내 자존심이, 내 자존감이     

빼꼼하고 고개를 들었다.     

"수타일아, 이제 나 지켜줄 거야? 이제 나 안 버려둘 거야?"     

나 자신이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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