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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수타일
Apr 14. 2024
내 첫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언니가 내 편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깨달았지만,
나는 쉽게 변하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다이어트약을 밥보다 많이 먹었고,
음식을 먹으면 토했다.
그리고 내 편이 아닌 누구도 끊어내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더 이상 지방 흡입 수술을 하지 않았다.
재수술해도 큰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은 돈대로 썼고,
지방 흡입 흉터와 피부가 딱딱해지는 바이오본드도 생겼다.
바이오본드를 없애는 효과적인 방법은 마사지나 근력운동이라고 했다.
결국 답은 운동이었다.
운동을 안 하고 편하게 살을 빼겠다고
수술부터 약까지 다양한 방법을 찾았는데
결국 또 운동으로 돌아왔다.
어이없어서 웃음이 났다.
몇 달 만에 나는 다시 헬스장으로 향했다.
남자친구는 오늘도 헬스장에 있었다.
나를 본체만체 한 지 몇 달째,
우리가 정말 사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 꿈같던 첫사랑이었는데….
오랜만에 헬스장에서 나를 만난 남자친구는 평소보다 좀 더 나를 반갑게 대했다.
"이제 잘 나올 거지? 운동 다시 가르쳐줄게."
남자친구는 덤벨, 바벨 등을 챙겨서 내게 왔다.
함께 하는 운동이 얼마 만인지….
다시 나는 조금 설레었다.
남자친구와 다시 운동한 지 2주쯤 지났을까?
전과 달리 운동할수록 아프지 말아야 할 곳들이 아팠다.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팠다.
게다가 허벅지 뒤쪽이 자꾸 당겨서 걷기도 불편했다.
처음 운동할 때, 코치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회원님, 근력운동하고 난 뒤에 무릎이나 허리 같은 관절이 아프면
자세가 틀린 거예요. 그때는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
그러다 다칠 수 있거든요."
운동을 할수록 나는 허리와 무릎이 아프다고 했지만
남자친구는 여전히 배에 힘을 주면 된다며 혼을 내고, 다그쳤다.
"허리 스트랩 입어. 오늘은 80kg 들고 스쿼트 할 거야."
"강도가 너무 센 거 아냐?"
" 셀룰라이트 조지는 데 제일 좋은 건 고중량 드는 거야."
"오빠, 내 몸은 셀룰라이트가 아니고, 바이어 본드..."
"그게 그거야. 무게 들어. 오늘 10세트 할 거니까."
남자친구의 운동은 갈수록 강도가 세졌다.
나는 몇 번이고 바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청였다.
그럴 때마다 남자친구는 배에 힘을 주라며 화를 냈다.
남자친구는 내 운동만큼은 무섭게 가르쳤다.
남자친구와 운동하는 동안, 나는 햄스트링이 2차례나 파열되었다.
의사는 휴식을 권했지만,
남자친구는 깁스한 내게 다리를 못 하면 팔운동을 하라고
했다.
목발을 하고, 팔운동을 했다.
운동이 끝난 후, 남자친구가 씻는 동안 나는 데스크에서 짐을 지키며 앉아있었다.
그때, 남자친구 휴대폰이 울렸다.
무심코 본 휴대폰 화면에 보낸 이의 이름이 "소개팅"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어제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영화도 재밌었어요^^"
나는 기어코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남자친구는 어제 소개팅을 했다.
나와 만나는 1년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헬스장을 빠진 어제,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와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보고,
소개팅녀를 집까지 바래다줬다.
다 씻고 나온 남자친구에게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네가 어떻게 내게 이러냐며 소리를 질렀다.
내 첫사랑이자 나의 첫 남자친구인 그는
왜 남의 휴대폰을 보냐며 되레 화를 내곤 가버렸다.
다이어트약을 먹고, 먹은 음식을 일부러 토하고,
수술대에 여러 차례 누우며 그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많이 다쳤다.
몸은 골병이 들었고, 마음은 배신감이 밀려와 절망스러웠다.
내 첫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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