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말이 맞았다. 다이어트약을 끊자마자 식욕이 몰려왔다.
'내가 어떻게 뺀 살인데….'
이를 물고 참았지만, 어느새 내 입에는 달디 달디달디단 밤양갱….
요요가 기어코 왔다.
20kg이 금세 쪘다.
살은 쪘다가 빠지고 빠졌다가 다시 찌기를 반복했다.
그랬더니 이제 피부가 말썽이다.
소 혀처럼 피부가 늘어졌다.
여러 운동 전문가를 찾아갔다.
누군가는 근력운동을 더 세게 하라고 했고,
누군가는 1 rm으로 순간 근력을 높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사공이 많으니 배는 갈피를 못 잡았다.
많은 사공의 조언을 다 따라 했지만 이미 늘어진 피부는 돌이킬 수 없었다.
나는 문득 전신 성형을 해주던 TV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처진 살 수술 명의도 나왔는데?'
나는 당장 병원을 찾아 상담 예약을 잡았다.
의사는 내 피부 여기저기를 살폈다.
" 체중 감량을 많이 하셨나 보네요."
의사가 말했다.
"수타일씨는 배, 허벅지, 팔까지
피부 처짐이 아주 심해요.
여름에 피부가 짓무르죠?
땀띠도 나고요."
나는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내가 처진 살이 신경 쓰이는 큰 이유,
가장 힘든 점은 바로 피부 짓무름이다.
특히 더운 여름, 피부 마찰이 심해서
자꾸 짓무르고 심하면 화상을 입었다.
"사람마다 피부 탄력이 달라요.
어떤 사람은 수타일씨보다 더 빼도
탄탄하고, 어떤 사람은
10킬로만 빼도 축 처질 때가 있어요.
어쨌든 이미 늘어난 피부는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상담 내내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수술이 하고 싶었다.
수술하면 반팔과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
수술하면 여름내 바르던 비판텐 연고에서 해방이다.
뽀송해진 피부를 상상하면 즐거웠지만 나는 고민해 보겠다며 병원 문 앞을 뱅뱅 돌았다.
마음은 수술인데, 남은 걱정 몇 가지.
첫째, 2천만 원이 넘는 수술비.
비싸지만 적금통장 있다. 패스.
둘째, 팔과 배, 허벅지에 생기는 60센티미터의 긴 흉터.
이미 내 몸은 튼살과 지방흡입 흉터 천지다.
흉터보다 땀띠로 생긴 피딱지가 더 흉하다.
이것도 패스.
마지막으로 주변의 시선….
딸 몸에 일자로 그인 흉터가 생기니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하실 테고,
사람들은 130kg의 나를 보듯 다시 수군댈 게 분명했다.
병원 앞에는 벌써 반 팔 입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이제 곧 여름이다.
팔, 다리가 가려워서 잠 못 이루던 작년 여름이 떠올랐다.
나는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