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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Jun 13. 2024

마지막 여행(2) - 아냐. 너도 예뻐.

이번 여행지는 전남 영광.

불갑사 상사화 축제에 갈 거야.

불갑사에 상사화가 화려하고 예쁘다고 들었거든.

예쁜 꽃밭에서 네 사진을 찍어줄래.

꽃이 아주 많고 화려한 곳에서 말이야.

그래. 나는 네 마지막 사진을 준비하고 있어.   

  



M씨도 불갑사 여행에 동의했어.

M씨는 오래된 절이니 신에게 빌어보겠다고 했어.

신나게 가자고 했지만 우리는 자꾸 울었어.

     

그런데 출발 전날, 갑자기 비가 오는 거야.

뉴스에서는 최소 100~150mm의 비가 온다고 했고,

나는 비 때문에 꽃이 다 시들지 않았을까 걱정했단다.

          

예정대로 우리는 다음날, 전남 영광으로 향했어.

먼 거리라 나는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네 밥을 먹였어.

간 종양이 커진 너는 이제 한꺼번에 많은 밥을 먹지 못하고 소량의 밥을 자주 먹어야 하잖아.

다행히 너는 낯선 휴게소에서도 밥을 잘 먹어줬어.     


4시간 뒤, 우리는 불갑사에 도착했어

든든하게 밥을 먹은 너도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 보였어.

바닥은 어제 온 비 때문에 진흙이었지만 비도 그치고 해도 떠서

나도 기분이 좋았어….

게다가 많은 비를 맞고도 상사화는 잘 피어있었어.

이미 주차장부터 빨간색 상사화가 가득했어.



   

여행을 위해 산 분홍색 개모차를 꺼내고, 분홍색 모자를 네게 씌웠어.

그리고 미로도 작은 분홍 핀 하나 해줬어.

오늘 너희 둘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개야.     

상사화가 가득 핀 불갑사는 정말 예쁘더라.

분홍 개모차를 탄 너와 붉은색 상사화 배경이 예쁘다며

M씨는 열심히 네 사진을 찍었어.     


그런데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거야.     

"어머 얘 좀 봐! 너 너무 귀엽다. 분홍 핀 했네!"

"얼굴이 웃는 것 같아. 천사 같아요!"     

꽃 축제에 단연 스타는 미로였어.

얌전한 데다가 분홍 핀까지 한 미로를 보며 사람들은 계속 칭찬했어.

     

관광버스에서 내리신 아주머니들부터,

수학여행 온 학생들,

여행 온 가족들까지,

미로를 보며 좋아하고 가끔은 사진 찍어도 되냐 묻기도 했어.     

몇 걸음 걸으면 다른 사람이 말을 걸고

또 몇 걸음 후에 다른 사람이 미로에게 예쁘다며 칭찬했어.

미로도 칭찬을 알아듣고 더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어.

우리는 꽃구경보다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하기 바빴어.

     

그런데 가끔 너에 관해 묻는 사람들도 있었단다.

"얘는 많이 아픈가봐요?"

"얘는 나이가 많은가보다. 아이고"     

미로에게 보내는 환호성과 달리 너에게 보내는 탄식 소리.

나와 M씨는 속상했어.     

'아닌데…. 우리 미남이도 예쁜데…. 미로랑 나이 차이 안 나는데….'     


미로를 생각하면 뿌듯하고 행복했지만

미남이, 너를 생각하면 속상하고 서러웠단다.     

     

분홍색 개모차 앉아 분홍색 모자를 쓴 너.

빨간 상사화가 가득 핀 불갑사 앞에 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개야.    

 

미남아. 너도 미로만큼 예뻐.

상사화꽃보다 네가 훨씬 예뻐.

우리가 알면 된 거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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