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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Jun 20. 2024

마지막 여행(3) - 어쩌면 다음에도, 전주.


실컷 꽃을 본 뒤, 우리는 영광에서 전주로 떠났어.

혹시 네가 무리할까, 걱정했는데 

너는 저녁도 잘 먹고 가는 곳마다 코를 킁킁거리며 구경했어.

덕분에 나도 한시름 놓았어. 고마워.



전주 한옥마을은 골목골목마다 예뻤어.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화보 같고, 밤에 조명까지 켜니 오래된 궁처럼 멋있었어.

넷이 한옥마을을 둘러보는데, M씨가 다음 계획을 말했어.

"내일 한복 입고 넷이 사진 찍자"

"미로, 미남이 한복이 없잖아."

"찾아보니까 여기는 강아지 한복도 빌려준대."

긴장이 풀리고 피곤한 나는 솔직히 조금 귀찮았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동안 너와 나, 미로와 M씨 넷이 찍은 사진이 없는 거야.


다행히 네 컨디션도 괜찮아 보여서 다음날 사진을 찍기로 했단다.

아침 일찍 한복대여점으로 가서 우리 모두 한복을 골랐어.

한복 입은 너는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러고 보니 너는 6년 전에도 한복을 입었었지

추석이었나, 네게 첫 한복을 입혀 본가에 갔는데 다들 환장할 노릇이라며 웃었어.

그때 너는 참 건강했는데….

6년 전에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는데 

오늘 너는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자꾸 눈을 감았잖아.


나는 이번이 정말 너와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

티 내지 않고, 즐겁기만 바랐지만

나는 결국 사진작가님에게 말했어.


"저…. 저희 아이가 아파요.

마지막 가족사진일 거 같아서요.

예쁘게 부탁드려요."

"...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작가님은 정말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셨어

"으르르!! 왕!! 미남이 간식!!!" 강아지 소리를 내며 네 시선을 끄셨어.

사진은 정말 예뻤어.

물론 실물이 더 예쁜 너지만 사진 속 너도 너무 이쁘더라.


예쁜 사진을 찾은 뒤, 우리는 한복을 입은 채로 한옥마을을 걸었어.

걷는 도중에 지나가는 다른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라며 권했단다.

이미 우리는 찍었다고 말씀드렸지.


"그럼, 다음에는 우리 사진관 오세요! 강아지 한복, 무료로 빌려드릴게요."


다음에 오라는 사장님 말씀에, 나는 또 서서 울고 말았단다.


있잖아. 나는 이번 여행이 너와 마지막이 아니면 좋겠어.

이번처럼 또 복잡한 네 짐을 싸고, 가장 큰 캐리어를 가져오고 싶어.


그래. 미남아. 다음에 또 오자.

다음에 저 사진관도 가보자.

그리고 다음에는 노란색에 병아리 옷을 네게 입힐 거야

다음에는 바다도 보여줄게.

나는…. 꼭 다음에도 널 데리고 여행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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