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쌩날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in Jul 27. 2017

<에어비앤비 스토리> by 레이 갤러거

싱싱하지만, 깊은 맛은 내지 못하는.

<에어비앤비 스토리> (이하 책)를 읽으면서 나의 첫 에어비앤비 경험이 무엇이었던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여의도에서 MT 식으로 친구들과 놀았던 때였던 것 같다. 여의도에 성공한 싱글 남성의 라이프를 체험하는 기분이 좋았단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친구들과 갈 펜션을 잡았다. 왜 꼭 에어비앤비냐, 하면 글쎄, 결제까지 이어지는 UX가 좋아서도 있지만, 같이 가는 친구가 그러길 원했으니까 그랬다. 오랜만에 접근한 에어비앤비 앱은 많이 발전했고, 안전을 위한 장치를 많이 마련해두어서 처음 사용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2년 사이 엄청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갈 때는 딱히, 아직은 에어비앤비를 써 본 적이 없다. 왜냐면 내가 기대하는 여행지 숙박의 핵심은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정리를 안 해두어도, 돌아올 때쯤이면 정리되어 있는 방이기 때문이다. (물론 에어비앤비 중 전문적인 숙소는 아마 이렇게 하겠지만) 나는, 책에서 말하는 '현지의 느낌' '내 집의 느낌'을 원하진 않는다. 


다시- 내 집의 느낌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지금 살고 있는 내 집' 보다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이라는 경험이다. 처음 내가 여의도의 오피스텔에서 느꼈던 그 감정. 결국은 에어비앤비 역시 여행이라는 '일탈'의 경험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 호텔과 같은 기존 숙박업소보다 그것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창업주들의 이런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환상적인 여행지' 보다는'고시원'을 닮았다. 폴 그레이엄이 '라면 인덱스'를 말했던 것을 이들은 뛰어넘었다. 살아남기 위해 시리얼 박스를 디자인하던 때를 보면, 책에서 말하는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이 어떤 것일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그런 재능들이 있기에, 창업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요약하면,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캐시카우 까지는 아니지만, '라면'을 사 먹을 돈은 비축해두거나, 계속해서 그 정도의 현금흐름은 창출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전자의 경우는 결국 현금, 즉 총알을 얼마나 비축하느냐의 문제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개인으로 프리랜 싱을 해서라도 오늘의 어음을 막을 능력이 있는 창업자인가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난 또 탈락이군 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지금의 아이디어를, 마크 주커버그가 말한 것처럼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면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믿고 끝까지 나아가는 그 저력이 중요하겠거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쩜 그렇게 순진할까, 혹은 우직할까. 그 믿음체계가 너무 궁금하다. 한때는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 중에 기독교나 다른 종교의 신자가 많은 것이 자신의 믿음 체계가 확고하기에 더 노력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


과연 그런 믿음은 어디서 올까? 솔직히 책에서는 찾지 못했다. 




에어비앤비는 기존 호텔을 대체할 것인가? 에어비앤비는 파괴적 혁신인가란 질문. 글쌔, 일단 나 같은 사람도 있기에 호텔과 같은 형태의 숙박업이 완전히 대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호텔 대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일부분은 살아남을 것이다. 


또, 크리스텐슨 교수가 지적했듯, Low end Distruption으로 보기도 어렵고, 복잡한 성격이 섞여 있기에 파괴적 혁신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엄밀히 주창자의 학문적 견해로는. 또한 슘페터의 말처럼 창조적 파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 파괴하고 있기는 하다. 얼마 전에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출장을 위한 페이지를 열어 둔 것을 보았다. 분명히, 파괴는 일어나고 있다. 


반면 에어비앤비가 새롭게 순전히 만들어낸 '숙박' 수요는 과연 있을까. 일단 책에서 말한 것처럼, 숙박업소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메가 이벤트가 열리는 지역에서는 분명히 추가 수요를 발생시키는 것 아닐까? 이게 세계적으로, 정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까? 숫자로 보기 전에는 분명히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비율이 그리 높을 것 같진 않다. 




에어비앤비의 많은 부분은 결국 신뢰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있다.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란 그런 것이니까. 에스크로와 같은 서비스도 그렇게 등장했고. 때문에 이 2 side market에서 그 극복을 어떻게 이룩했을지가 궁금하다. 책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으니까.


또한 이런 유의 서비스가 가져오는 - 밀레니얼 이전의 세대들에게 어디까지 어필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여전히 인터넷으로 물건을 잘 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불편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그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 믿을 수 없어서 이다. 


지금의 유저 까지는 괜찮은데, 문제는 앞으로 더 발생할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수록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의 신용 정보를 더 요청할 것이고, 이건 또 일부 사용자들의 불만요소가 될 것이다. 이 이상의 안전장치들이 도입되었을 때 기존의 사람들의 반발은 어떨까? 혹은 더 나이 드신 분이 가입이나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에어비앤비로 인해서 집값이 오른다는 비판글을 읽었다. 책에서는 '우버'를 그렇게 되었다고 비판했지만, 에어비앤비가 과연 그 부분에서 자유로운가? 우버가 공유경제가 되기보다는 새로운 택시 영업을 위한 앱으로 변모한 것처럼, 에어비앤비 역시 전문적이고 - 그리고 기존에 비해 소규모의 새로운 '숙박업소 사업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약 하지면, 에어비앤비가 정말로 공유경제인가? 남는 시간의 집을 빌려주는 것이 모든 나라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한, 집 전체를 빌려주는 경우도 생겨난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그게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꾼 지 오래다. 이제는 그저 숙박의 이베이, 아마존이라고 볼 수준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쉽게 쓰였고, 에어비앤비가 그간 걸어온 길을 알기에 좋았다. 하지만, 어떤 의사결정들을 소개는 하지만 분석하지는 않아 아쉬웠다. 예를 들면, 거의 최초로 발생한 큰 규모의 스캔들을 대처할 때, 창업자들의 고뇌 같은 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으며, 그 상황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없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부분에서는 꽤나 중요한 사례일 텐데, 더 파고들어도 좋았을 텐데.


이런 문제들 때문에 거창한 부제들이 모두 이상하게 보였다. 무엇이 새로운 경영이란 말인가? 그저 모두가 하는 것을 좀 더 잘하는 것 아닌가? 창업자들의 러닝 커브가 유독 뛰어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럼에도, 가장 최근의 사례까지 수집하여 실은 저자와 역자는 대단한 일을 한 것은 맞다. 어쩌면, 깊이나 넓이보다는 싱싱함으로 승부를 보는 콘텐츠가 아닐까. 결국 위에 있는 의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에어비앤비 내부인들도 쉽사리 하지 못하는 것이니, 책을 원재료 삼아 내가 조금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다음 해외여행에는 꼭, 에어비앤비를 써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원피스> by 오다 에이치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