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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Sep 12. 2019

기다림

커리어에 대한 고민 #0002

(사진출처: 플리커, Matthias Ripp https://www.flickr.com/photos/56218409@N03/44497152140 


기다림은 싫다. 대체로 싫다. 어린 왕자의 말을 빌리자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이고 기쁨일 수 있겠지만, 나에겐 아닌 것 같다. 어떤 맛집이라도 기다리는 것은 싫다. 이게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현대 대중문화의 핵심은 스낵컬처화. 더 빠른 소비. 서비스의 경험을 디자인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많은 서비스들이 기다림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배달 서비스들은 대체로 실제 배달 예상시간보다 더 길게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한다. 이것이 정석. 왜냐하면 서비스의 불만족은 대체로 기대치 보다 높냐 낮냐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슈퍼셀의 <클래쉬 로얄> 로딩창

 로딩바를 여러 가지로 디자인하는 방법도 있다. 로딩바를 재미있게 구성하는 것. 게임 로딩 중에 게임 팁을 띄우는 것 등의 방식이 있다. 위 사진을 보면 게임 중에 쓸 수 있는 팁을 로딩 중에 전달해준다. 괜찮다. 나쁘지는 않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긴 하다. 기다림이 긴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도 완화 효과는 있겠지만, 어쨌든 기다림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로딩 시간을 활용하여 광고를 노출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공급자 기반의 마인드이다. 하지만 여기서 창출되는 수익을 셰어 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다. 아직 이런 서비스를 본 적은 없다. 케이블 티브이를 보면서 채널 간의 로딩 시간에 한 장 광고를 넣는 것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기다리는 입장에서, 광고 까지 더 보게 된다면, 얘들은 진짜 돈벌이에 미쳤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영화관 시작 전에 광고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돈 내고 서비스 받으러 왔는데, 광고도 봐야해?


 시간. 기다림은 시간의 영역이기도 하니까. 주간 편성의 방송물을 보기 위해서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넷플릭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빈 지 뷰잉의 콘셉트를 만들어낸다. 이미 사람들이 하고 있던 것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서비스의 기다림을 없애는 것은 기술적인 것을 넘어서서 가능한 방식이기도 하다. 


 약간은 다르게 레진 코믹스는 기다림을 돈 주고 팔았다. 돈을 준 사람은 일주일, 이주일 앞서서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어차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있으니 이를 조절하여 서비스를 프리미엄 화하고, 수익을 만들어내었다. 똑똑하다. 하지만, 한계도 있긴 하겠다. 기다림은 필연적이니까.


 드라마, 영화 등의 예술에서는 기다림 자체가 하나의 기법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바로 보여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작품성이라는 게. 상업성도 살 지 않겠지. 적절하게 사람들 애태우게 하는 것이다. 


 이런 기법은 사람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밀당이라는 표현이 여기에 해당되겠지. 기다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사람은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얼리 액세스를 팔아치우는 스팀 이후의 현재 게임 유통 현황을 보면 참 그렇다. 그것이 처음에는 혁신적이었으나, 지금은 꽤나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밀당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 


 기다림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거기서 또 어떤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까. 기다리는 것이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어떤 것이 있을까. 새로운 게임.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것은 괴로운 동시에 즐겁다. 서비스는 그런 것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2018.12.30 에 쓴 글을

2019.08.06에 고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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