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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35: 목표 설정의 철학 에 이어서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36: 목표 설정의 철학 에 이어서 목표의 발견 에 이어서 취향의 발견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4: 목표 설정의 철학 에 이은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4-0: 목표는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어떻게 일할 것인가 004-0-1: 취향의 발견
감정에 솔직해지고, 기록하고, 반추하라. 그러면 선택이 쉬워진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말은 이제 한 개인의 고백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이 되었습니다.
스물네 살 취업 준비생 박지수 씨는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지원동기'란을 한 시간째 바라봅니다. 하얀 화면 위로 커서만 깜빡입니다.
친구들은 이미 '네카라쿠배'나 '공기업' 같은 뚜렷한 목표를 정해 달려가는데, 지수 씨는 어떤 문장도 시작하지 못합니다.
전공을 살려야 할까? 요즘 대세라는 AI나 개발을 배워야 할까? 아니면 "기획 감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PM 직무에 도전해볼까?
머릿속에는 수많은 계획과 불안이 스쳐 가지만, 가슴은 단 한 번도 뛰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문득 깨닫습니다. 자신이 정말 모르는 것은 세상의 트렌드나 직무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대학 4년의 시간이 아까워 전공을 버리지 못하고,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 AI와 코딩을 기웃거립니다. SNS는 '3개월이면 연봉 5천' 같은 속도를 강요하고, 방향 없는 속도는 곧 불안이 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에 반응하는 사람인지'를 모른다는 데 있었습니다.
취향은 고유한 서명이 아니라 MBTI처럼 남에게 증명해야 할 스펙이 되었고, '이게 좋다'는 감각은 '이게 맞다'는 이성적 판단에 밀려난 지 오래입니다.
우리는 '좋아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수 씨는 결심했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길 대신,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꼈던 순간을 찾기로. 바로 '격물(格物)'을 통해서입니다.
본래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탐구한다'는 뜻의 격물은, 2025년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가집니다.
이제 우리가 탐구해야 할 '사물'은 돌이나 나무가 아니라, 데이터, 경험, 그리고 감정입니다.
현대의 격물이란 '세상을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나의 패턴을 발견하는 기술'입니다.
AI가 객관적 데이터로 세상을 패턴화한다면, 인간은 질투, 혐오, 몰입 같은 '감정이라는 주관적 데이터'로 자신을 패턴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감정 기반의 데이터 사이언스'입니다.
격물의 목적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 사람인가?"를 그저 '인식'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속도와 효율을 외칠 때, 격물은 멈춤과 반복을 허락합니다. 세상의 기준을 끄고, 자신의 감각을 다시 켜는 작은 루틴입니다.
지수 씨는 매일 밤 '격물 노트'를 열고, 거창한 일기가 아닌 간결한 데이터 로그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칙은 단순합니다:
오늘 질투했던 사람
오늘 지루했던 일
오늘 몰입했던 순간
월요일
질투: 친구가 대기업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 듣고... 아니, 솔직히 별로 안 부러웠다.
지루: 취업 사이트에서 공고 스크롤하는 시간. 2시간이나 했는데 아무것도 기억 안 남.
몰입: 카페에서 우연히 옆자리 스타트업 팀의 기획 회의 엿듣는데 재밌었음. 30분이 5분처럼 느껴짐.
화요일
질투: 후배가 자기 기획안으로 동아리 행사 성공시켰다는 얘기. 진심으로 부러웠다.
지루: AI 강의 30분 듣다가 껐음. 집중이 안 됨.
몰입: X
목요일
질투: 친구가 월급 자랑할 때는 별로. 근데 "내가 만든 기능으로 유저가 늘었어"라는 말에는 질투남.
지루: 코딩 과제. 1시간 만에 포기.
몰입: 친구 창업 아이디어 듣다가 3시간 동안 전략 짜줌. 시간 가는 줄 몰랐음.
지수 씨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노트를 펼쳐 보는 순간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치 기록을 펼쳐놓고 지수 씨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 감정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까?"
그녀는 형광펜을 꺼내 비슷한 반응끼리 색을 칠하기 시작했습니다.
❌ 부럽지 않았던 것:
대기업 합격
높은 연봉
좋은 학벌
안정적인 직장
✅ 진짜 부러웠던 것:
자기 기획안으로 결과 만든 후배
자기가 만든 기능으로 유저가 늘었다는 친구
자기 아이디어로 행사 성공시킨 동아리 회장
패턴 발견 1: "나는 '좋은 회사'가 아니라 '내 아이디어로 뭔가 만드는 것'에 반응한다."
❌ 지루했던 것:
취업 사이트 스크롤
AI 강의
코딩 과제
자기소개서 쓰기
✅ 몰입했던 것:
스타트업 기획 회의 엿듣기
친구 창업 아이디어에 전략 짜주기
PM 유튜브 영상 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메모하기
앱 써보면서 "이 기능은 왜 이렇게 만들었지?" 분석하기
패턴 발견 2: "나는 코드보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지수 씨는 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어쩌면 '만드는 사람'보다 '만들 것을 정하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다."
이것은 판단이 아니라 발견이었습니다. 세상이 좋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 반복해서 보여준 패턴이었습니다.
패턴을 발견했다면, 이제 그것이 진짜인지 확인할 차례입니다.
지수 씨는 스스로에게 가설을 세웠습니다.
[가설] "나는 PM 같은 '기획하고 의사결정하는 역할'을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1주일간 작은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월요일, 지수 씨는 'PM 오픈 채팅방'에 가입했습니다.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지켜봤습니다.
"유저 이탈률이 높은데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요?" "이 기능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시나요?" "개발팀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어떻게 설득하시나요?"
지수 씨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결과: 이 사람들 대화가 재밌다. 나도 끼고 싶다.
수요일,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연락했습니다. "네가 만들려는 앱, 나한테 설명 좀 해줄래? 사용자 입장에서 피드백해줄게."
2시간 동안 친구의 아이디어를 듣고, 질문하고,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능은 첫 화면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버튼, 사용자가 눌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 "타겟 유저를 좁혀서 한 명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봐. 그 사람이라면 이 앱을 왜 쓸까?"
친구가 말했습니다. "너 진짜 PM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지수 씨는 집에 돌아와 노트에 적었습니다.
결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일도 하고 싶다.
금요일, 혹시나 해서 코딩 부트캠프 무료 체험 수업을 들었습니다. "개발을 배우면 PM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30분 만에 지루했습니다. 코드 자체보다 "이 코드로 뭘 만들 건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결과: 코드는 내 길이 아니다. 확실해졌다.
지수 씨는 일주일간의 실험 결과를 노트에 정리했습니다.
PM 커뮤니티 대화: 몰입 ✅
기획 자문: 몰입 ✅
코딩 실습: 지루 ❌
"내 가설이 맞았다. 나는 '만드는 것'보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이제 더 이상 추측이 아니라, 실험으로 검증된 사실이었습니다.
4주가 지났습니다.
지수 씨는 노트를 펼치고, 한 달간의 감정 데이터, 패턴, 실험 결과를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문장으로 만드는 것을.
"나는 사람들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이 한 문장이 나오기까지 4주가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누가 시켜서 쓴 것도, 남들이 좋다고 해서 따라 쓴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그녀의 감정이 반복해서 증명한, 발견된 진실이었습니다.
취향을 발견하고 나니, 선택이 쉬워졌습니다.
질문: "대기업 갈까, 스타트업 갈까?"
과거: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모르겠다. (불안)
현재: 내 취향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이니까, 스타트업이 더 맞을 것 같다. (확신)
질문: "개발을 배워야 할까?"
과거: 다들 배우니까 나도 해야 하나? (불안)
현재: 개발보다 기획에 몰입하니까, PM으로서 필요한 만큼만 배우자. (명확)
질문: "PM 직무에 지원할까?"
과거: 내가 할 수 있을까? 경험도 없는데... (두려움)
현재: 내 취향과 정확히 맞아. 일단 지원해보자. (용기)
한 달 전 커서만 깜빡이던 그 화면. 이제 지수 씨는 30분 만에 지원동기를 완성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불편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에 몰입합니다. 대학 시절, 친구의 스타트업 기획 자문을 하며 2시간이 5분처럼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그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는 걸요. 저는 PM이라는 역할이 제 취향과 정확히 맞는다고 확신합니다."
이 문장들은 거짓이 없었습니다. 모두 지난 4주간 그녀가 직접 경험하고, 기록하고, 발견한 것들이었습니다.
지수 씨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천재도, 특별한 재능도 없었습니다.
그녀가 한 것은 단 하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그것을 기록하고, 반추한 것뿐입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1단계: 감정 데이터 수집 (1주차)
매일 밤, 세 가지만 기록하십시오
오늘 질투했던 사람
오늘 지루했던 일
오늘 몰입했던 순간
2단계: 패턴 인식 (2주차)
일주일 치 기록을 펼쳐놓고 물으십시오
"내 감정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는가?"
반복되는 반응을 찾아 형광펜을 칠하십시오
3단계: 가설 검증 (3주차)
발견한 패턴을 가설로 만드십시오
"나는 OO을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작은 실험으로 확인하십시오 관련 커뮤니티 참여하기 무료 체험 수업 듣기 친구에게 무료로 도움 주기
4단계: 취향 선언 (4주차)
검증된 패턴을 한 문장으로 만드십시오
"나는 OO을 좋아한다"
이것이 당신의 취향입니다
한 달 전 지수 씨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제 그녀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압니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지만, 그녀의 안에는 스스로 내린 첫 번째 확신의 목소리가 자라나고 있습니다.
취향은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발견은 거창한 자기계발서나 비싼 코칭이 아니라, 당신의 솔직한 감정을 매일 밤 한 줄씩 기록하는 작은 루틴에서 시작됩니다.
"이건 조금 좋았다", "이건 별로였다" 같은 아주 작은 문장들이 쌓여 하나의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은 어느새 '나'라는 사람의 모양, 즉 고유한 리듬이 됩니다.
세상이 당신을 끌어당길 때, 그 리듬이 당신을 지켜줄 것입니다.
단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오늘 나는 누구에게 질투했는가?
오늘 나는 무엇이 지루했는가?
오늘 나는 언제 몰입했는가?
일주일만 반복하면, 당신은 세상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패턴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한 달이 지나면, 당신은 더 이상 "나는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나의 취향이다."
격물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자신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깊은 결정일 수 있습니다.
인생의 정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그 방향은 지도가 아니라 감각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결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당신의 감각이 잠시 깨어났다면, 당신의 격물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입니까?
아직 모른다면, 오늘 밤부터 기록을 시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