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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Dec 07. 2023

인스타그램, 왜 운영하는 건데요?

그니까 왜요?


마케터라면 한 번쯤은 해 본다는 업무가 있으니, 바로 SNS 채널 운영이다. 특히 신입 마케터 공고에 SNS 채널 운영은 거의 복붙 수준으로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다. (의심스러우면 한 번 봐도 좋다.) 경력이 전혀 없는 신입 공고에 들어가 있다는 건 그렇게 고도화된 스킬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브랜딩에 집중하는 규모가 큰 기업은 SNS 전략을 따로 세울 정도로 공수를 들이기도 한다.)


나 역시 신입 시절부터 SNS 채널을 운영했다. 잘하지도 못하는 포토샵으로 열심히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업로드했는데, 들인 노력에 비해 결과는 처참했다. 인기 해쉬태그를 30개씩 꽉꽉 채워 달아도 좋아요 수가 10개도 안 됐고, 맞팔 태그를 단 계정을 미친 듯이 팔로우해도 팔로워수가 400명이 겨우 넘었다. 근무 시간의 1/3 이상을 SNS 콘텐츠 제작에 쏟고 있는데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콘텐츠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고, 퀄리티도 나쁘지 않은데 왜 이렇게 더디게 성장하는 걸까? 이유를 몰라 끙끙 앓던 나는 팔로워가 너무 적기 때문에 확산이 되지 않는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팔로워 이벤트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벤트 컨셉과 예산, 시안까지 열심히 제작해서 보고했으나 아주 깔끔하게 반려당했다. 왜 이벤트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게 대표의 의견이었다. 500만 원을 쓴다는 것도 아니고, 꼴랑 30만 원 써보겠다는 건데 왜 반대함? 대표면서 마케팅의 '마'자도 모른다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SNS 채널 운영의 목적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대표를 설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난 채널의 성장에 초점을 두었지, 우리 서비스가 SNS 채널 운영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팔로워가 많고, 좋아요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서비스(제품)의 성장을 대변하는 걸까? 인스타그램은 점점 커져가는데, 서비스 이용 유저수는 정작 하락하고 있다면? 또 사이트로 유입된 유저의 대부분이 SNS 채널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 유입된 것이라면? 모두 SNS 채널 운영의 목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였다.



AARRR 퍼널


SNS 채널은 주 타겟과 잠재 타겟이 모두 모여 있는 공간이다. 또한 확산이 빠르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를 노출시켜 서비스 및 사이트의 유입을 획득하기 적합한 매체다. 출근 시간대의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에 서 있는 커다란 전광판을 떠올려 보자. 관심 없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것이고,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긴 사람은 저 광고가 무엇인지 검색해 볼 것이다. 또 검색하진 않더라도 저런 광고가 있구나, 은연중에 인식할 수 있다. 


이때 단순히 전광판 크기를 더 키우고, 광고를 더 화려하게 만든다고 한들 사람들의 '참여'를 늘리긴 어렵다. 시선을 끌 수는 있어도 실질적으로 유입시키긴 한계가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참여를 이끌기 위해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광고가 무엇인지,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을지 계속 테스트해 보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즉, SNS 채널 운영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지, 주목적은 아니라는 거다. 좋아요, 팔로워 수에 연연하는 것보단 우리 서비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관계를 파악해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개선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고. 


도대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마다 다시 한번 SNS 채널 운영의 목적을 되새겨 보자. 방황하는 콘텐츠를 바로 잡아 줄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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