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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Jul 20. 2018

강변북로에서 싸이렌이 울리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삐.뽀.삐.뽀'


오늘도 뒤편에서 싸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룸미러를 통해 저 멀리서 부터 자동차들이 좌우로 갈라진다.

그 틈으로 구급차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새 내가 비켜줄 차례가 되어 비상등을 켜고 핸들을 좌측으로 살짝 돌린다.


강변북로에서 싸이렌 소리를 듣는 것.

내 뒤로 서서히 다가오는 구급차를 비켜주는 것.

위의 두 가지 상황은 생각보다 흔한 출근길 풍경이다.

일주일에 네 번, 구급차를 비켜준 적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고를 당하고 다치고 있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구나'

'내가 정말 행복한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너무나 불행할 수 있겠구나'


싸이렌 소리와 구급차를 며칠 연속으로 마주한 어느 날 아침, 문득 든 생각들이다.


지금 나의 행복과 불행 등의 감정을 숨길 필요까지는 없지만

매사에 '누군가는 지금도 고통받고 있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사회 그리고 개인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겸손'의 자세가 자연스럽게 발휘되지 않을까? 


나아가 우리 모두는 당연히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환경, 경험 안에서 살아간다.


스스로 엄청난 경험을 했다고 자부하거나

대단한 성취를 이뤄냈다고 자만하거나

나에게만 힘든 일이 생긴다고 좌절하거나

그 사람은 왜 나만 싫어하는지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또 다른 멋진 경험을 하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혀 다른 엄청난 성취를 이뤄내고 있으며

나보다 수 백배는 더 힘든 일을 누군가는 어디선가 버티고 있고

그 사람은 당신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테니.


같은 시공간에서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는데

고작 오늘의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내 자신이 

시시하고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도 죽음에 다가서는 일도

그저 우리 인생의 한 장면일 뿐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신중히 점심 메뉴를 고르고

사랑, 효도, 우정, 일 등과 관련된 우리들의 일상을 최선을 다해 즐겨야 한다.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가슴팍 어딘가에 염두에 둔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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